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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스밸브 잠근 푸틴…한파 덮치는 우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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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2009년 유럽 가스 대란’이 5년만에 재현될까.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로 인한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제의 역풍이 한 겨울 유럽에 혹한으로 불어닥칠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는 가스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헝가리 국영가스공사마저 러시아 눈치를 보고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가스협상 수개월째 ‘제자리’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 간의 가스 공급 협상은 지난 26일(현지시간)에도 결렬됐다.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이 날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3자간 가스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체납 가스대금 분할 상환을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소득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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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6개월에 걸쳐 천연가스 50억㎥를 공급받는 데 따른 대금 19억달러를 선불로 결제하고, 10월25일 이후 15억달러를 추가로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11월 말까지 8억달러, 12월 말까지 8억달러씩 채무를 분할상환하겠다고 제시했다.

프로단 장관은 러시아산 가스대금은 1000㎥ 당 268달러가 적정하지만, 성수기인 ‘겨울 패키지’ 가격으로 1000㎥ 당 385달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갚아야할 가스대금은 모두 53억달러이며, 일시 상환할 것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U는 10월 말까지 20억달러, 연말까지 11억달러를 상환하는 중재안을 마련해 양측이 검토에 들어갔다. 3자는 이번주에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한다.

‘가스’를 무기로 쥔 러시아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가스 선불제를 도입하며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9월 들어선 유럽 지역에 러시아산 가스를 재수출하는 폴란드,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가스 공급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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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벌써 겨울채비 =아르세니 야체눅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 달 현지방송에 출연해 “쉽지 않을 것이다”며 “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따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고한다”며 국민을 상대로 각오를 주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따뜻한 절기 동안에는 가스 중단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주사이 추운 날씨가 오면서, 문제가 점점 더 예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옛 소련 지역 대부분 도시들 처럼 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에서 수도, 난방은 중앙에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전문가 미하일로 곤차르는 “올 겨울에 아파트 난방온도가 예년의 72도(화씨)에서 60도로 낮아질 것이며, 이는 더 많은 옷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내수의 60%이며,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거쳐 유럽에 전달되는 러시아산 가스는 유럽 수요의 15%에 이른다.

지난 6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다른 국가로부터 러시아산 가스를 우회적으로 공급받아 수요를 충당해 왔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대한 러시아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워싱턴DC의 국제및전략문제 연구소의 에드워드 차우 에너지 전문가는 “이번주 협상에서 양측이 최종 협상안에 타결을 보더라도 겨울에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란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하고, “단기적으로 보면 다른 정치적 상황에 따라 ‘벼랑끝 협상’의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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