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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천500만원 수표 150억원짜리로 발행…체면구긴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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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수표 발행기에 '0' 3개 추가 입력…발행 7일만에 뒤늦게 회수

연합뉴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의 한 단위농협이 1천50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해야 하는 것을 실수로 액면가 150억원의 수표로 잘못 내줬다가 7일 만에 뒤늦게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30일 농협 충북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청주의 A 단위농협을 찾은 B씨가 1천500만원짜리 비정액 자기앞수표 발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창구 직원의 발행 실수로 A씨에게 건넨 수표는 1천500만원짜리가 아닌 액면가 150억원의 수표였다.

직원이 숫자 '0' 3개를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수표 발행 기계 버튼을 한 차례 더 누르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수표를 발행한 직원은 물론 수표를 건네받은 A씨 역시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 수표는 B씨를 포함 총 5명의 손을 거쳐 7일 뒤 청주의 한 시중은행에 입금될 때까지 액면가 '150억원'이 아닌 '1천500만원'으로 통용됐다.

모두 은행이 숫자 실수를 하겠느냐는 생각에 봉투에 담긴 수표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표가 최종 입금된 시중은행 역시 고객의 말만 듣고 해당 수표를 1천500만원으로 입금 처리한 뒤 3∼4시간이 지난 후에야 뒤늦게 액면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뒤늦게 액면가가 잘못 발행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A 단위농협은 해당 수표를 서둘러 회수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단위농협은 재발 방지를 위해 수표 발행 기계 버튼을 숫자 '0'을 1개씩 입력하는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50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수표가 잘못 발행되는 일은 처음 본다"며 "다른 범죄 등에 이용되지 않고 안전하게 회수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충북농협의 한 관계자는 "전산상에는 1천500만원으로 제대로 입력했고, 수표 인쇄 과정에서만 입력 실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액면가대로 돈이 인출되는 사고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며 "다만 은행에서 숫자 실수가 나왔다는 점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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