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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영화같은 부산서 즐기는 '부산'스러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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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축제의 도시, 숨은 쉼터를 만나다

부산스러운 맛, 이곳에 있소이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10월의 ‘부산’은 부산스럽다. 내달 2일 막을 올려 11일까지 이어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자갈치축제(9~12일), 부산세계불꽃축제(24~25일) 같은 굵직굵직한 축제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여행객의 발길이 부산으로 이끌리는 이유다. 축제만이 다는 아니다. 부산에는 볼거리·먹을거리도 넘쳐난다. 영화도 보고 축제도 돌아봤다면 부산의 숨은 명소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값싸고 맛좋은 곳에 들러 든든히 배도 채울 수 있다. 지금껏 부산의 겉만 봤다면 이젠 진짜 ‘부산’ 같은 곳을 찾아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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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은 도시

부산 하면 영화, 영화 하면 부산 아닌가. 일제강점기 시절의 주택과 1970~80년대 풍경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인들이 부산을 사랑하는 이유다. 올해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67개국 307편의 영화를 초청했다. 영화만 보기에도 모자란 시간. 그래도 짬을 낸 시간이 아깝지 않다. 발길 닿는 곳마다 세트장 같은 부산에 반할 것이다.

△할매·할배 이바구처럼…‘초량 이바구길’=꼬부라지고 꺾이고 휘어진 길이 시작된다. 보폭이 줄어들고 헉헉대며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드디어 숨을 고른다. 마치 우리네 삶과 닮았다. 동구 초량에 위치한 ‘이바구길’이다. 일제강점기의 설움과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네 삶 속의 이야기를 평범한 건물에 입혀 돌이켜 보게 한다.

이바구(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골목마다 ‘이바구거리’가 많다. 가이드는 ‘이야기 할배·할매’. 도시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구수한 입담으로 골목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길의 시작은 부산역 정면 앞 도로 맞은편에 있는 초량 외국인서비스센터에서 시작된다. 이어 백제병원과 남선창고터, 초량교회를 지나 168계단~김민부전망대~당산~이바구공작소로 이어진다.

△산동네 삶이 만든 애환…‘안창마을’=부산에 오지가 있다면 믿겠는가. 사실이다. 부산 사람에게도 생소한 곳, ‘안창마을’이다. 안창이라는 말은 신발의 안창처럼 분지 안쪽 깊숙이 자리했다는 뜻. 행정구역상 부산 동구 범일4동과 부산진구 범천2동이 함께 물려 있다. 안창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호랭이(호랑이)마을’. 전설에 따르면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호계천에 호랑이들이 놀았다고 한다. 그만큼 산중 깊숙이 자리한 마을이다. 그래도 이제는 예전만큼 오지는 아니다. 서면에서 택시로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산복도로를 지나 위로 향하다 보면 ‘역시 오지구나’ 할 만큼, 의식적인 거리는 오지 그 자체다.

6·25 때 피란촌으로 형성돼 현재는 800여가구, 1500여명이 오손도손 모여 산다. 가옥 대부분이 무허가인 데다, 한 동네에 2개구가 겹치다 보니 주민들의 삶은 오랫동안 어수선하고 곤궁했다. 수도·전기가 들어온 게 1980년대 중반이고 마을엔 아직도 변변한 주차장이 없다. 누군가에게 한평생의 공간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슴 시린 아픔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시간은 아랫마을처럼 빠르지 않다. 마을도 이곳의 어르신만큼 천천히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천천히 변해간다.

△집집마다 커피향 가득…‘전포 카페거리’=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성당 주변. 부산에서 가장 번잡스러운 동네인 서면의 한 블록 건너편에는 카페거리가 있다. 원래 이 거리의 주인은 전기·조명·공구 등을 팔던 상가. 경제난으로 점포들이 하나둘 빠진 자리에 카페가 들어선 것. 2010년쯤 공구거리로 유명했던 이 거리에 젊은이들이 몰려오면서 생긴 변화다. 쇳가루 날리던 곳이 커피향 나는 특색 있는 카페거리로 바뀌었다.

거리엔 드문드문 개성 넘치는 작은 카페들이 눈에 들어온다. 번잡한 서면을 피해 분위기 있게 커피 한잔 마시기에 적당한 장소다. 여느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맛과 메뉴를 갖춘 작고 소박한 가게들이 대형 브랜드커피 파워에 질린 이들을, 화려한 번화가 불빛에 지친 이들을 기다리며 주택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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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와서 드시이소~’ 부담없는 맛집

맛있는 식당 수는 도시의 크기에 비례한다. 360만명이 살아가는 부산 역시 미각을 만족시키는 음식점이 지천이다. 이곳저곳에 포진해 있는 숨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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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물 디저트 ‘아틀리에 마카롱’=특이하게 프랑스 과자 마카롱만 파는 곳이 있다. 서전로 전포카페거리에 있는 ‘아틀리에 마카롱’이 그곳. 2012년 7월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마카롱 전문점이다. 개업 1년 만에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젊은 여성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매일 12종류 200여개를 만든다. 분량이 다 팔리면 가게 문을 닫는다. 낮 12시 30분쯤 문을 열어 평일은 대략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매주 월요일 휴무. 마카롱 개당 가격은 1500원, 6개들이 9000원. 부산진구 전포동 680-18. 051-818-2908.

△초량불백의 원조 ‘풍년기사식당’=택시기사가 추천하는 식당은 믿을 만하다는 통설이 있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부산의 택시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곳이 초량기사거리. 이 거리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돼지불고기백반’이다. 줄여서 ‘돼지불백’이라고 부른다. 풍년기사식당은 이곳의 터줏대감. 돼지불백은 검은 프라이팬에 벌겋게 양념한 돼지고기를 각종 야채를 섞어 두루치기 해주는 음식이다. 화끈한 맛이 깔깔한 입맛을 잔뜩 긴장시킨다.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돼지불백 6500원, 갈비탕 6500원. 동구 초량6동 806-157. 051-468-6965.

△해장엔 대구탕 ‘해운대기와집대구탕’=해운대 인근에는 유명한 대구탕집이 여럿 있다.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기오집대구탕’도 그중 한곳. 쫄깃하고 푸짐한 대구살과 국물이 시원하다. 대구머리로 국물을 내기 때문이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진한 풍미를 더한다. 해장국으로도 그만이기에 전날 술 한잔의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대구탕 9000원. 해운대구 중동 990-3. 051-731-5020.

△부산 돼지국밥의 역사 ‘소문난돼지국밥’= 영도대교 사거리 인근 식당가 모퉁이. 입구 간판에 큼직하게 ‘75년 전통’이라 씌어 있다. 현존하는 부산의 가장 오래된 돼지국밥집이다. 토렴한 국밥에 대파와 후추를 올리고 새우젓과 마늘, 쌈장, 고추, 김치만 곁들여 내온다. 국물은 맑은 편. 한번 끓여 기름기를 뺀 수육을 뼛국물에 살짝 넣었다 뺀 것을 국밥국물로 쓴다. 국밥 자체에 전혀 양념하지 않고 내는 것도 요즘과 다르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돼지국밥 6000원, 따로국밥 7000원. 영도구 대교동2가 170-3. 051-461-1546.

△부산오뎅의 진짜 원조 ‘부산삼진어묵’=부산에 남아 있는 어묵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 영도의 옛 공장을 어묵체험역사관과 어묵베이커리로 지난해 리모델링했다. 이곳 2층에 마련된 어묵체험역사관에서는 직접 반죽을 치대고 원하는 모양으로 어묵을 만들어볼 수 있다. 체험 후에는 직접 만든 따끈한 어묵을 맛볼 수도 있다. 이용요금은 5000~1만 5000원. 평일은 사전예약을 받고 토·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5시 선착순으로 사람을 받는다. 1층 어묵베이커리에선 개당 300~2000원의 어묵을 마음껏 골라 담을 수 있다. 영도구 봉래동2가 39-1. 051-412-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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