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癌투병 5세 소년을 위한… 200명의 '기적 만들기'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혹독한 치료 견디는 현빈이 위해 소방관·자원봉사자·시민들이 '로보카 폴리' 상황극 재연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재단에 지난 3월 일산 국립암센터 의료진이 연락해왔다.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다섯 살 강현빈군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경기도 김포에 사는 현빈이는 올 초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에 몇 번씩, 한 번에 길게는 8~9시간씩 피 검사를 하고 가슴에 뚫린 구멍을 통해 치료제를 투약하고 척추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된 항암치료를 받는다. 현빈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씩씩함에 감동한 의사·간호사들이 현빈이를 추천한 것이다.

현빈이의 소원은 그러나 재단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로이가 되고 싶어요.' 로이는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만화 '로보카 폴리' 속 소방차 캐릭터. 로이를 만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아예 로이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머리를 싸맨 끝에 현빈이가 로이를 만난 뒤 그를 대신해 소방관으로 활약하는 상황을 준비했다. 로보카 폴리 제작사의 도움을 받아 5t 소방차를 로이로 변신시키고, 진짜 로이 목소리를 내는 성우의 도움으로 목소리도 녹음했다. 현빈이에게 맞는 로이 모자와 빨간색 옷도 만들었다. 로이와 만나기 한 달 전인 8월 말 "현빈아, 안녕.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어"라고 말하는 로이의 동영상도 현빈이에게 보냈다.

조선일보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강현빈(가운데)군이 소방관 옷을 입고 소방대원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고 있다. 이날 소방관 10여명과 봉사자 200여명은 “소방차 캐릭터 ‘로이’가 돼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강군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모의 소방 훈련을 벌였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리고 지난 28일. 로이와 만나려고 엄마 등에 업힌 현빈이는 "떨려~떨려" 하고 말했다. 엄마 김지원씨는 "현빈이의 가슴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현빈이가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 도착하자 만화 속에서 나온 듯한 소방차 로이가 "안녕 현빈아! 만나서 반가워!"라며 맞았다. 현빈이는 소방관 아저씨를 따라 로이의 내부를 보고 소방 호스와 사다리 사용법을 배웠다. 곧이어 광장 한쪽에서 연막탄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민 역을 맡은 자원봉사자 30여명이 "불이야! 살려주세요~!" 하고 외쳤다. 로이가 말했다. "현빈아, 공원에 불이 났어. 나는 바퀴가 고장 나 출동할 수 없어. 나 대신 사람들을 구해줘." 어리둥절하던 현빈이는 소방관들과 함께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고 쓰러진 시민들의 팔에 붕대를 감았다. 지켜보던 소방관과 시민 200여명이 '현빈아 ♥'라고 적힌 손 플래카드를 펼치고 "현빈이 건강해라!" "멋있다"고 소리쳤다. 로이도 "오늘 최고였어!"라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누군가 "힘 세진 거 같아?"라고 물었다. 현빈이가 "응" 하고 미소 지었다. 어머니 김지원씨는 "앞으로 3년은 더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빈이가 힘을 내서 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