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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수진의 SBS 전망대] "출판계 성추행, 엄청나게 많은 제보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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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성추행 피해자, 링겔 맞아가며 버티고 있어
- 쌤앤파커스 대표 사과문? 피해자는 2차 가해로 생각


▷ 한수진/사회자:

한 유명 출판사에서 벌어진 수습사원 성추행 논란,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사건의 경과 간단히 요약해드리면요. 출판사 상무가 정직원 전환을 눈앞에 둔 수습사원을 오피스텔로 데려가서 성추행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내에 이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에 여직원은 회사를 사직했고요. 해당 상무는 사건이 불거진 당시 퇴사했다가 다시 회사에 복귀합니다.

관련해서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피해자 본인, 그리고 해당 출판사 대표와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양측 입장을 전해드리고, 사건의 추이를 계속 지켜봐왔는데요. 결국 출판사 대표가 공식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성갑질’ 문제, 비단 해당 출판사만의 문제일까요? 언론노조 출판분회 박진희 분회장과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계십니까?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출판노조에서 피해자와 함께 이 문제를 공론화 하셨는데요. 문제의 출판사 대표가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출판노조에서는 이번 사과문,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기본적으로 저희는 이게 어떤 사건의 본질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글이라고, 입장문이라고 파악을 하고 있고요. 감정에 호소하면서, 사건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굉장히 내용 없는 그런 사죄문이었다고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그렇죠. 지난주에 같은 라디오 방송(SBS 전망대)에 나와서 당당한 어조로, 그런 사내문화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계시다가, 뭔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니까 며칠 만에 어조를 완전히 바꿔서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보여 지는 상황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난 9월 18일에도 출판사 측에서 입장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해명성 성격이 짙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이번 사과문 같은 경우에는 ‘살면서 지금처럼 참담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이런 말이 여러 차례 반복이 되었던데요. 그래서 그 수위는 상당히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사실은 진정성을 떠나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든지, 이 사건을 대표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수습제를 폐지한다고 사죄문에 나와 있긴 한데.

▷ 한수진/사회자:

‘수습사원 제도 즉시 폐지하겠다’ 이렇게 되어 있던데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수습제를 왜, 뭐가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폐지를 하는 건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지, 사과라는 것도 사실은 그래요. 피해자에게도 사과한다,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도 사과한다, 출판계 모든 분들께도 사과한다, 라고 사과라는 말만 계속 반복을 하고 있어요. 이런 말만 반복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오히려 의심이 들죠.

▷ 한수진/사회자:

해당 출판사 대표가 어떤 후속조치를 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는 말씀이시네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출판계에서도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아는데요. 일단 지금 출판계 분위기와 여론은 어떻습니까?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일단은 지난주에 성명서가 나가고 나서 엄청나게 거센 비난 여론, 출판사에 대한 거센 여론이 있었고요. SNS상에 피해자를 지지하는 계정까지 생겼더라고요. 작가, 소설가, 시인 분도 계시고, 평론가 분도 계시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글을 계속 올려주고 계세요. 그리고 출판계 내에서 잘 알려진 팟캐스트가 있는데. ‘뫼비우스의 띠지’라는 팟캐스트가 있는데. 이 사건이랑 관련되어서 출판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특별편성을 했을 정도로 굉장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혹시 이번 사건 이후에 ‘나도 이런 비슷한 일 겪었다, 성추행 당했다’ 이런 구체적인 제보도 들어오고 있습니까?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구체적인 제보가, 사실은 이게 공개하기 굉장히 어려운 문제잖아요? 성폭력 문제라는 자체가.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팟캐스트는 익명을 보장하는 방송이거든요. 이 방송에서 비슷한 일을 겪어본 사람들의 제보를 받았었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다 읽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제보가 쏟아졌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 성추행 논란이 해당 출판사만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거네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네, 그렇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출판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좀 얽혀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어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지금 문제가 된 출판사의 상황이 심각하긴 하지만, 사실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특히 출판산업 같은 경우에는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요. 그래서 사장이라든지, 대표자 임원들처럼 이렇게 어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랑 가까운 거리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성폭력 문제도 그렇고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떤 걸 개선을 하려는 움직임을 내보여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은 피해자들은 퇴사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유형별로 보면 어떤 상황에서 성추행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뭐, 외부의 작가라든지 아니면 외부의 회식자리라든지 이런 식으로 외부에서 접대를 하거나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에 이런 일이 많았다, 아니면 굉장히 일상, 사실 외부에서 접대를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사내에서 보고를 하다가 그냥, 자연스럽게 오가는 대화 안에서 언어적인 성희롱이 굉장히 많이 발생을 하고 있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사실 성비로 따지면 출판계 여성분들이 상당히 많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난 번 박 대표가 인터뷰할 때도 그렇고. “여자 성비가 높은 곳이라 그런 일 없다” 이런 이야기도 하셨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많다는 거죠?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네, 맞습니다. 사실 성비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사내에서 어떤 권력관계 아래 놓여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성 비율이 높기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라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고. 여성 비율이 높긴 하지만, 사실 간부나 임원진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남성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출판계도 마찬가지이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이번 사건처럼 수습사원의 입장에 있다든지, 아니면 일반 평사원의 입장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사실 문제제기하기 굉장히 힘들어지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이런 성추행 사건, 이른바 요즘 ‘성갑질’이라고 하는 이야기들, 출판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책을 만드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니까,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도 그렇고, 아마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저희 프로그램에서 지난 번에 피해 당사자와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했는데요. 사건의 경과를 듣느라고, 피해 당사자가 겪고 있는 심적 고통에 대해서는 잘 듣지를 못했어요. 옆에서 지켜보시기에 어떻든가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제가 피해자를 처음 만났던 게 작년 11월경이었어요. 당시에는 공개를 하지 않고 비공개로 사건에 대해 법적인 대응, 그런 것들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제가 만났을 때 피해자 몸무게가 47~8키로 정도 나갔어요. 그런데 지금 39키로가 됐거든요, 이 친구가. 그래서 지금 불면증에, 영양부족으로 인해서 지금 며칠 간격으로 링겔을 맞으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그 정도로 힘든 상황이군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네, 그리고 1년 동안 사건 대응 때문에 도저히 재취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법적대응과 정신과 치료라든지 이런 것들, 계속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해서, 사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죠.

▷ 한수진/사회자:

어제 나온 출판사 사과도 봤을 것 같아요. 피해자 본인도 역시 불충분하다, 이런 입장인가요?

▶ 박진희 분회장 / 언론노조 출판분회:

네, 물론이죠. 이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사건 대응하면서 엄청난 몸과 마음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게 지금 대표로서 사건에 대한 입장도 드러나지 않은, 이런 내용 없는 사과가 나오니까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지금 피해자는 이 사과문을 일종의 2차 가해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출판사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서 언론노조 출판분회 박진희 분회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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