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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권리금 법적 개념 첫 규정…표준계약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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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적용…분쟁조정기구·권리금 보험 도입

산정기준 놓고 분쟁 불가피…'5년 보장' 짧다는 지적도

연합뉴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승면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이른바 '폭탄 돌리기'로 표현되는 상가권리금이 처음으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거래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원칙적인 임대인의 협력 의무,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보호수단을 제한해 실효성 논란도 예상된다.

권리금은 장사가 잘되는 상가를 거래할 때 새로운 임차인이 먼저 장사하던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지난해 10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실태조사에서 전체 상가의 55%에 권리금이 있었다.

법적 규정 없이 점포 위치, 단골손님, 상권 등 유·무형의 재산 가치를 인정해 상인끼리 주고받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라서 임대료가 올라 장사를 그만두거나 건물 용도 변경 또는 재개발·재건축으로 건물이 없어지면 회수할 방법이 없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건물에서 마지막 권리금을 내는 상인이 생기게 돼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생겼다.

◇ 처음으로 법적 개념 도입…표준계약서 시행

정부가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을 반영해 처음으로 권리금을 정의했다.

개정안 10조는 권리금을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 노하우, 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 대가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월세)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으로 규정했다.

현실에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법으로는 보장받지 못했던 권리금 개념을 명확하게 한 셈이다.

최소 5년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상가임대차 계약 때 임차인의 대항력(건물주가 바뀌어도 기존 계약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을 인정하는 기준도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4억원(서울) 이상 계약에서 모든 임대차 계약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법이 개정되면 환산보증금 규모와 관계없이 임대인은 건물주가 바뀌어도 전 건물주와 계약한 내용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다.

상인들에게 5년간은 안정적으로 한 곳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상인이 가게를 넘겨받는 상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인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한다.

협력 의무는 임대차 종료 후 2개월 이내까지 존재하며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3개월 전 계약 갱신을 통지하면 계약 종료 시점까지 의무가 유지된다.

권리금 산정 근거와 관련 권리·의무관계를 명확히 한 표준계약서도 내년부터 도입된다.

◇ 권리금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분쟁조정기구 설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또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장사를 접는 임차인이 주선한 새로운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하면 안 되는 행위는 크게 네 가지다.

권리금을 직접 요구하면 안되고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막아서도 안 된다.

새 임차인에게 과도하게 높은 월세와 보증금 요구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거부하는 것도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규정했다.

손해배상액 산정은 국토교통부가 고시로 정한다.

권리금을 소송으로 다투면 분쟁이 길어질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7개 시도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상인이 보험을 통해 권리금을 보존 받을 수 있는 권리금 신용보험도 도입된다.

◇ 실제 분쟁 줄일지 미지수…귄리금 고액화 우려도

이번 대책에는 월세를 내는 자영업자가 최소 5년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그동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권리금 자체가 임차인과 임차인 사이에 이뤄지는 사적 자치, 무형의 영업권 개념이 강해 실제 현장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법적 구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행법에서 환산보증금이 4억 미만일 때만 연간 임대료 인상 상한을 9%로 적용하는 규정도 그대로 유지된다.

4억원이 넘으면 건물주가 9% 이상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어 상인이 임대료 때문에 쫓겨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지만 인상 제한을 어느 기준으로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재개발, 재건축을 하게 되면 기존 상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없는 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용산참사도 재개발 상가의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됐다.

5년은 너무 짧고 7년∼10년은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리금 법제화로 권리금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리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기존 자영업자는 유무형의 자산 가치를 높여 부를 수 있다. 권리금의 속성에는 미래 영업에 대한 기대치, 투기적 요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상가 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1년 이상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부분도 1년이라는 기간이 과연 적절한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진전된 안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5년 기간은 너무 짧다. 최소 7년 이상 보장해줘야 한다"며 "재개발 지역 상가에서는 충분한 보상과 대체상가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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