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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6·25때 쓰던 소총으로 훈련?..예비군 무기가 '기가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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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소총 중 카빈이 36%..배낭·방독면 크게 부족

군내 파워게임 밀려..예산 확보 더 어려워

최신 장비·정예화 시급

이데일리

[이데일리 최선 기자] 예비군 6년차 박현욱(27)씨는 얼마 전 동원훈련 사격 당시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그는 “사격훈련장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썼을 법한 칼빈 소총을 지급받았는데 격발 불량이 일어나 총을 3번이나 바꿔야 했다”며 “처음에는 골동품 같은 총을 쥐게 돼 신기했지만 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혹여나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노후한 예비군 전투장구를 조속히 교체하겠다고 밝혀왔으나 현실은 제자리 걸음이다. 소총뿐만 아니라 일반 장구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훈련장 시설도 낡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예비군이 적지 않다. 예비군들은 현역 시절 1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으며 약 2년 동안 국가 방위를 위해 힘썼다. 하지만 예비군들은 제대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환경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예비군 정예화로 방위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군 당국의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예비군 1명당 연간 유지비 4만2970원… 전투장비·훈련시설도 낡아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예비군 예산인 예비전력유지비는 2010년 988억원, 2011년 1032억원, 2012년 1112억원, 2013년 1126억원, 올해 1186억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기간 예비군 인원은 293만명, 291만명, 285만명, 282만명, 276만명으로 집계됐다. 예비군 1인당 전력유지비는 연간 4만 2970원 정도, 동원훈련이 2박3일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1만 4320원에 불과하다. 반면 현역 병사들의 경우 1인당 병력운영비는 연 373만원 수준으로 하루 1만 210원이 든다. 예비군이나 현역병이나 군 당국의 지원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셈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예비군에게 지급하는 낡은 무기를 조기에 교체하고 부족한 전투장비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도 올해 현재 동원 예비군(1~4년차) 장구류는 전투배낭 13%, 모포 58%, 방탄헬멧·메트리스 64%가량만 보유 중이다. 향방 예비군(5~6년차) 장구류의 경우 대부분은 확보 중이나 방독면은 59%에 불과하다. 특히 향방예비군 개인화기의 경우 카빈 소총이 35.7%, M16 소총이 64.3%에 달한다. 군은 내년에 향방예비군의 개인화기를 전량 M16 소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향방 예비군은 오는 2030년이 되어야 현역병이 사용하는 K-2 소총을 손에 쥘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향방 예비군의 방독면이 다소 부족한 점을 제외하고는 전시 상황을 대비해 예비군 전투장구를 포장 처리해 병력 수에 맞춰 전량 보관하고 있다”며 “예비군 장구 보급율은 훈련용 물자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된 시설도 예비군들의 사기를 꺾는 요인이 된다. 생활관·안보교육관·식당 등 전국의 예비군 훈련장 시설 301곳 중 68.1%인 205곳이 20년 넘게 사용 중(지난해 말 기준,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 자료)이다. 예비군 3년차인 박광수(26)씨는 “성과제 훈련이 도입되면서 예비군들의 훈련 몰입도는 높아졌지만 훈련장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라며 “특히 안보교육관이나 훈련장이 낡아 쾌적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을 수가 없었다 ”고 볼멘소리를 했다.

◇ “최신 전투장비 확보와 직업예비군 도입 필요”

전문가들은 군 스스로 예비군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군내 힘의 논리에 밀려 예산 획득조차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원 직능 최상위 지휘관은 국방부와 육군본부 소속 임기제 소장 2명뿐이다. 예비전력유지비는 전체 국방예산 전력유지비인 10조 3551억원의 1.14%(1186억원)에 불과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군내 권력은 3군 중 육군, 육군 중에서는 보병, 보병 중에서도 작전 분야에 쏠려 있고 동원 직능은 ‘마이너한’ 직종으로 취급돼 예산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도 예비군의 존재가 중요한 국가인데 내부적으로는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군을 강화하겠다는 군의 계획은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위원은 “무장공비 침투 시에도 현역보다 예비군의 활약이 더 컸던 경험이 있지만 군 당국은 여전히 예비전력 강화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북한 급변 사태 때 예비군의 투입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예비군에도 미국과 일본 수준의 최신 전투장비 확보와 직업예비군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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