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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격변의 중동’…중국 전함 걸프만서 첫 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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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사일 탑재 2척 이란 군항 정박

해상 에너지 수송로 확보 등 의도

중-이란 관계 중동세력 재편 신호

미의 이란 핵협상·IS대책 새국면


‘이슬람국가’(IS) 등장이 몰고온 중동의 지정학적 격변이 중국의 군사력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 해군 전함 2척이 20일 걸프(페르시아만) 지역에 있는 이란의 군항 반다르 아바스를 방문했다고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21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 단속 활동을 해온 중국 해군의 유도 미사일 탑재 구축함 창춘호와 미사일 탑재 호위함 창저우호가 ‘우호 방문’ 차원에서 반다르 아바스항에 정박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이란 해군은 22일부터 구호 임무에 초점을 맞춘 합동 군사훈련을 나흘간 실시한다.

중국 전함이 걸프의 군항에 정박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등 서방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최고의 전략 요충지인 걸프 지역에서 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냉전 시대 소련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다. 이슬람국가의 등장과 격퇴 전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역내 세력 재편 물결이 중동 지역에서 미-중의 위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는 신호다.

걸프에서 이란의 제1 가상적은 미 해군이다. 미 해군은 인근 바레인에 기지를 두고 항시 이 지역에 항모 1척을 파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이란은 걸프만의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걸프 해상뿐 아니라 이란 본토에 있는 군사력에 대해서도 응징하겠다고 맞선다.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수송량의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운송된다. 중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는 석유·가스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이란 역시 중국산 제품이 자국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최근 두 나라의 경제적 접근을 가속화시켰다.

중국-이란의 관계는 최근 이란 핵협상 진전과 이슬람국가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 등 서방은 현재 진행중인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 경우, 대이란 제재 완화뿐 아니라 수교 등 관계 개선도 시사하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과격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1일 뉴욕에서 이란 핵협상과 이슬람국가의 위협을 놓고 회담했다. 미 국무부 쪽은 “핵 문제와는 별개로, 이슬람국가가 조성하는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 사람은 이번 주내에 필요하다면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의 접근, 그리고 이슬람국가 등장을 전후한 중동 역내에서 미국의 세력 약화에 발맞춰, 중국은 군사력을 걸프 지역까지 진출시켰다. 이란 역시 중국을 불러들여, 미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중국 군함의 이번 걸프만 군사훈련은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회귀) 정책에 대응하는 중국의 ‘서진 전략’으로도 평가된다. 마카오 국제군사학회 황둥 회장은 홍콩 <명보>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이 우리 근해로 다가오니, 우리는 미국이 중시하는 걸프만에서 이란과 합동 훈련을 벌이는 서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중국의 미래 활동 범위는 해상 에너지 수송로의 생명선에 해당하는 인도양과 걸프만을 포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을 방문한 황신장 중국 함대 사령관은 이번 방문이 “두 나라 사이의 상호 이해 심화와 교류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쪽의 아미르 호세인 아자드 제1해상군구 사령관은 “두 나라의 해상 구조 작전과 훈련을 토론·학습하고, 해상사고 때 필요한 기술적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국 해군과의 훈련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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