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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마트폰 고민' 삼성·블랙베리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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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스마트폰 시장의 추격자에서 1위로 급부상한 후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삼성전자와 정반대의 입장에 선 기업이 있다.

바로 한때 세계 스마트폰 1위에서 파산 위기에 직면했던 블랙베리다.

애플과 삼성에 밀려 끝없는 추락곡선을 타던 이 회사는 사명까지 바꾸고 절치부심한 끝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자체 스마트폰 제조 중단과 전화기 대신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사업 방향을 틀었고 1년도 안 돼 부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침 삼성전자의 실적이 하락하고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블랙베리의 변화는 삼성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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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첸 블랙베리 CEO


24일(현지시간) 발표 예정된 새로운 스마트폰 '패스포트'는 암흑기에 등장했던 신제품들과는 다른 기대를 얻고 있다. 해외 언론들의 평가도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은 상황이다.

이 스마트폰은 정사각형의 화면과 블랙베리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QWERTY' 자판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이는 블랙베리 사업의 핵심이 아니다. 존 첸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보안과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패스포트를 직접 만드는 대신 외주를 줘서 생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달 첸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구조조정과 사업축소의 시기는 이제 끝났으며 인수합병까지 나설 수 있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전략에 기반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계획이 성공하면 2010년 독일 SAP에 58억달러에 매각된 데이터베이스 업체 사이베이스와 같은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을 정도다. 첸 CEO는 사이베이스의 부활과 매각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전략 변경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첸 CEO가 취임한 지난해 11월 이후 블랙베리 주가는 68%나 급등했다. 여전히 5년 전 기록한 역대 최고기록에 비해서는 87%나 폭락해있지만 이정도의 반전도 반가울 정도로 그동안 블랙베리의 사정은 열악했다.

물론 이런 변신은 장기적인 과정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위한 보안책일 뿐이다. 소프트웨어 사업마저 실패하면 위기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블랙베리가 연말 출시할 보안 소프트웨어 역시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달려들 경우 성공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 있다. 이미 삼성은 보안솔루션 '녹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도 애플페이, 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패스포트가 애플이 선보여 인기리에 판매 중인 대화면 '아이폰 플러스'와 크기가 겹치는 것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과거 블랙베리 주식을 많이 보유했던 셀렉티브 자산운용의 로버트 맥위터는 "(블랙베리가) 변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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