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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문희상 “당은 난파선인데 혼자 살려고 막말하면 안돼…기율 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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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새정치 비대위원장 인터뷰

외부인사 영입해 당 윤리위 강화

비대위 첫 과제는 전대 준비

박영선 몰아부치는 건 부관참시

리더십뿐 아니라 팔로십도 중요


그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했다. 지난 대선 참패 직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구원투수’로 선발된 문희상(69)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참혹”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당을 위해선 “쓰레질(비질), 걸레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는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책임’과 ‘기율’, ‘동료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윤리위원회’를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을 왜 맡게 됐나?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엔 (문재인 후보를 찍은) 48%의 분노가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7·30 재보선에서 11 대 4로 졌을 뿐 아니라, 텃밭인 호남에서마저 패배했다. 지금이 더 참혹하다. 본래 나는 당의 연수원 부원장이라도 좋으니 전국 돌아다니면서 당원들 만나 지지기반 닦고 싶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 추천단 회의 하루 전날에 당의 어른들이 전화를 하셨다. 내가 “다른 사람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당이 이처럼 어려운데 뭔 소리냐”며 호통을 치시더라. 평소 쓰레질, 비질이라도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비대위 활동 방향은?

“첫째는 전당대회를 빨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선 ‘관리형 비대위’라고 할 수 있고, 그 핵심은 ‘공정’이다. 비대위원 중 전당대회 출마 희망자들에 대해선 전대 40일 전까지 선거운동을 금지하도록 하겠다. 둘째는 정치 혁신이다. 혁신의 열쇳말은 ‘책임 있는 실천’이다. 2년 전 비대위원장 맡았을 때 만든 정치혁신 마스터플랜 중 하나라도 실천하려고 한다. 22일 전대준비위와 함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도 만들겠다.”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정치혁신엔 개헌이 필요한 것,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것, 여야 합의에 따른 정치문화 개선, 또 우리 스스로 결단해서 할 수 있는 일 등 4단계가 있다. 우리가 마음먹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면 된다. 가령 야당 추천 몫으로 돼 있던 국회 도서관장을 백낙청·이어령 교수 등의 추천을 받아 외부 전문가로 정하거나, 민주정책연구원을 진보 진영의 싱크탱크로 확대하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가 계파주의라고 한다.

“최근 당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반드시 계파 때문에 발생한 건 아니지만,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을 제공했다. 계파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계파주의는 안 된다. 나는 20여년 동안 정치의 원칙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어울리되 같아지지는 않는다)을 삼아왔다. 여기엔 선당후사, 선공후사의 뜻도 담겨 있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선장 되려고 서로 싸워봤자 무슨 소용인가. 배가 침몰하면 다 죽는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영입하려고 하면서 중도보수의 수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동의하나?

“우리 당은 본래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서 중도개혁 노선을 취해왔다. 선거 때라면 집토끼만 모은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전략을 쓸 때가 아니다.”

-이번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 원내대표 즉각 사퇴하라고 몰아붙이는 건 부관참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지도자를 버린다.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에게 고마운 것이 있고 안 전 대표도 앞으로 성숙할 텐데, 모질게 잘라내면 안 된다. 하루아침에 사람을 떡으로 만들어 갖고 소금까지 쳐서 짓밟으면 되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팔로십도 중요하다. 정당은 기율이 있어야 한다. 전우애로 뭉친 끈끈함 없이는 우리는 (여권에) 버틸 재간이 없다. 스스로 자학하고 편 가르면 안 된다.”

-어떻게 기율을 세우나?

“외부에서 윤리위원장을 모셔와서 현재 있으나 마나 한 당내 윤리위원회를 강화하려고 한다. 당이 지리멸렬한 난파선인데 쥐새끼처럼 혼자 살려고 달아나면 안 된다. 자기만 살려고 여기저기 나와 막말을 떠드는 것은 딴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닌가. 윤리위를 강화한다는 것만으로도 의원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당에는 계파 말고도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심하다.

“강경이나 온건은 원칙이 아니라 전략의 차원이다. 채찍과 당근, 강경과 온건을 적절히 써야 한다. 언제 강온을 선택할지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의회주의자였지만 필요하다면 (장외투쟁을 결정하면) 전국에서 버스 대절해 50만명씩 불러왔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드러누워 침식한다고 일이 되겠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란 말이 있다. 통하면 안 아프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것이다. 기혈이 막히면 국가도, 정당도 병이 난다.”

-박영선 원내대표에게는 무슨 말을 하고 싶나?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이유주현 이세영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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