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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입사 성적은 女가 우수한데 男을 뽑는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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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는 남녀의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남녀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라 한다. 과연 직장 내에는 어떠한 사각지대가 존재할까?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모두 해결한다면 과연 우리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성별이해지능을 갖춘 남녀가 모든 리더 자리에 그리고 사회 모든 계층에 포진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유효상 교수의 직장남녀탐구]<19>여성들의 '완벽주의' 경향에 대한 분석]

"요즘 채용 시즌이라 입사면접을 해보면, 남자들에 비해 우수해 보이는 여성인력들은 많은데, 왠지 회사에 여성직원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게 괜히 불안해서, 최종 면접에서는 남자직원들을 뽑게 되더라구.."

"그러게, 우리회사에도 우수한 여자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대부분의 임원들이 남자직원을 선호해서 여자들은 채용을 안 하게 되는 게 사실이야."

최근에 있었던 신입사원 채용 결과에 대해 몇몇 기업의 CEO들이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래 전부터 이미 구축된 기업의 조직문화는 남성들이, 남성들에게 적합하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다소 적응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문화에 대한 부적응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남성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남녀는 직장생활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남자들은 직장에서 영향력, 경쟁, 능률, 행동, 성취 등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남자들은 주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유능하고 당당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일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자신감과 성취감을 결정한다고 한다.

머니투데이

반면에, 여자들도 성취를 가치 있게 여기지만, 자신에 대한 지지, 신뢰, 커뮤니케이션을 더 중요하게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나 서로 인맥을 형성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 그들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좌우하는 것도 목표 달성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고 공유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남녀 간에 가장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가치 스펙트럼은 '개선할 것인가' 아니면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이슈이다.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뭔가가 잘 굴러가고 있더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이나 주위환경을 자주 개선시키려 한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제2의 천성과 같고 그들의 삶에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여자들이 조언하고 제안하는 것은 관심과 보살핌을 의미한다. 사람, 프로젝트, 상품, 고객 등 무엇에 대해서든 열정과 관심이 있을 때 기꺼이 방법을 제안하고 개선 가능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건설적인 비판을 하거나 조언을 하는 것은 여자들이 조직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구하는 여자들의 성향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이 요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하거나 '개선할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남자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낼 능력이 없으리라는 의미가 함축된다. 여자들이 남자 동료들의 행동이나 노력을 고치거나 개선시키려고 하면, 남자들은 즉시 자신이 뭔가 실수했거나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무시한다고 해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인정받지 못한 기분이 들어서 자신을 방어하려 할 것이고, 여자들의 노력이나 지시에 저항하고 싶어할 것이다.

무언가를 더 낫게 만들려고 끊임없이 시도할 때, 여자들은 완벽주의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고민을 하더라도, 항상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은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를 더 잘 만들어야 한다거나, 확실한 내용을 써야 한다거나, 연설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등의 충동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강박적인 충동 때문에 오히려 상황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빠르고 완벽하게 문제 되는 일을 잊어버리거나,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거나, 다른 일로 쉽게 넘어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과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뭔가가 잘 굴러가고 있으면, 그들은 고장 나지 않은 것을 굳이 개선시키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잘 돌아가고 있으면 그냥 내버려둬라'가 남성들의 모토다.

여자들은 뭔가를 더 낫게 개선시키려는 충동이 있고, 남자들에게는 이미 있는 것을 이용하여 더 많은 것을 이뤄내려는 욕구가 있다.

이렇듯 남녀 간에는 수 많은 가치 스펙트럼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이나 우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조직이 상호 보완적인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됨으로써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과 어떠한 위기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능한 인재와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직문화가 절실해 보인다.

유효상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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