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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약없는 개장 승인…해외 시장서 국가 이미지도 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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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었는데 왜 영업 못하나" 해외 기업들 이해 못 해…"한국서 사업 어렵다" 실망감도]

머니투데이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 식재료 7000만원 어치를 전량 폐기 처분했습니다. 개장이 늦어지면서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현지에서 데려온 셰프(주방장)도 툴툴거리며 자기 나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우길조 롯데백화점 이사(식품MD 부문장)는 제2롯데월드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펙(Peck)'을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인 롯데월드타워&몰(8∼11층 상업시설 3개동)의 에비뉴엘동 6층 식당가에 들여오려다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펙은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가 직접 이탈리아로 날아가 입점 계약을 맺고 왔을 정도로 에비뉴엘동 식품관에서 가장 공 들인 야심작이다. 치즈와 캐비아, 푸아그라 등 최고급 식재료로 만든 요리로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유명하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개장이 당초 예상보다 수개월 이상 늦어지면서 뜻밖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특히 6∼7월 개장을 준비했던 식음료 매장들은 원재료 대부분이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처분한 상태다. 레스토랑을 개장도 못한 상태지만 인건비 부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개장 지연으로 제품 가치 하락과 인건비 부담 으로 롯데가 입은 피해만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해외 거래처와의 신뢰와 국가 이미지 실추 등도 문제로 꼽힌다.

◇"다 지었는데 왜 영업 못하나"…해외서도 '갸우뚱'=우 이사는 "지난 4월에 이어 8월 말에도 이탈리아 현지 셰프들을 한국으로 불러 한국 직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회를 만들었지만 레스토랑 문을 열지 못해 그대로 이탈리아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들의 항공편과 숙박 등으로 날린 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에비뉴엘동에 입점하기로 한 '브리오슈도레'(프랑스 브런치 카페)와 '고디바'(벨기에 초콜릿 전문점), '크리스탈제이드'(싱가포르 퓨전 중식당), '히데아마모토'(일본 식당) 등도 개장이 늦어지며 각각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식재료를 폐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방장 등 전문 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는데도 정작 음식점 개업은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매출은 제로인데 인건비는 꼬박꼬박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아예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에비뉴엘동 식품관에 입점 예정인 '두레'(한식당)는 두바이 호텔 총조리장 출신 셰프를 영입했다가 개장 지연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입점 예정인 음식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셰프들은 왜 건물을 완공해 놓고도 개장을 못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한국은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 국가 이미지도 실추=중소 협력업체는 물론 수입패션 업체들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손님들에게 한번 선보이지도 못한 채 여름상품들이 그대로 재고로 쌓였기 때문이다. 추석 대목은 커녕 10월초 중국 국경절 특수도 노리기 힘든 상황이다. 사용승인이 떨어진다고 해도 한 달 정도 추가로 상품 진열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겨울시즌 준비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 패션업체들은 특히 개장 지연이 10월 이후로 넘어가면 롯데에 개장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까지 요구할 태세다. 해외 패션 브랜드의 관계자는 "수 십 개가 넘는 해외 패션·잡화 브랜드가 개장 지연을 참는 것은 10월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이후부터는 백화점 입점을 철회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에는 명품 460여개, 패션잡화 420여개, 식음료 120개, 은행.편의점 10여개 등 총 1000여개 매장이 입점한다.

송지유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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