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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애들 다 끌어모아!" 강남서 '전쟁' 벌이려던, 김태촌의 후계 범서방파 61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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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5년 추적, 부두목 구속

조선일보

2009년 11월 서울 강남 청담사거리. "애들 다 끌어모아!"라는 '형님 말씀'에 호남권 연합 폭력조직의 '어깨들' 200여명이 집결했다. 범서방파 간부가 부산 칠성파 부두목과 주식투자 이권을 두고 시비가 붙자 긴급 동원된 이들이었다. 선발대 격으로 차출된 20명은 야구방망이와 회칼을 사들여 강남의 한 호텔에 모였다. 여차하면 칠성파 조직원 80여명과 패싸움을 벌이겠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이를 지켜본 김상중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직폭력팀장은 "경찰 출동으로 우려했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피바람이 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그때쯤부터 '범서방파' 조직원들을 쫓았다. 그 결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의 금품 갈취를 일삼고 각종 유치권 분쟁에 개입한 혐의로 범서방파 조직 내 서열 2위인 부두목 김모(47)씨를 최근 구속하는 등 간부 8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09년 6월 범서방파 전 두목 고(故) 김태촌〈사진〉씨가 출소하는 시점에 맞춰 조직원 31명을 영입하는 등 세력을 늘리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범서방파는 '양은이파' 'OB파'와 함께 전국구 조직으로 활동하며 1970∼1980년대 조폭 판도를 좌우했다. 두목 김태촌이 1986년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을 흉기로 난자한 사건과, 2012년 범서방파 결성 혐의 등으로 구속과 출소를 반복하는 동안 조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찰은 "작년 조폭계의 대부로 통했던 김태촌이 사망하면서 급격히 와해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범서방파는 부동산 투자나 대부업 등 합법을 가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지속적으로 위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조직원을 양성하는 합숙소를 운영하고, 규율을 어긴 조직원에게 속칭 '줄빠따'(일렬로 세워놓고 야구방망이로 폭행)를 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꾸렸다. 경찰은 "남은 조직원 79명 가운데 61명이 검거되면서 사실상 조직은 와해됐다"고 밝혔다.

OB파와 양은이파도 내리막길이다. OB파 두목 이동재는 1988년 양은이파 계열 조직의 공격을 받아 심한 상처를 입고 미국으로 떠났고, 양은이파도 두목 조양은(64)이 작년 40억원대 대출 사기 혐의로 검거돼 구속된 이후 지리멸렬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이들 조직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경기 지역 '청하위생파' 등 지역 조폭들이 '전국구'라 할 만큼 위세를 떨치고 있다"며 "남은 조폭들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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