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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작가·PD까지 빼가는 중국 … 한국, 한류 하청기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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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공습, 위기의 한류]

중국 한류 붐은 '독이 든 성배'

콘텐트 싹쓸이, 제작사까지 눈독

인기 예능 리메이크 막대한 수익

드라마 온라인 판권 가격 상승,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출 러시, 스타 PD·작가의 중국 진출. 중국의 한류 붐이 뜨겁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취감에 취해 안이하게 대응하다가는 자칫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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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차이나머니=선봉에 선 것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의 인터넷 업체들이다. 사극 중심인 중국 TV에 만족하지 않는 젊은 층을 위한 ‘한류 콘텐트’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텐센트, 요쿠-토도우 등 중국의 인터넷 강자들이 국내 지상파 3사와 연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SM·YG 등과도 손을 잡았다.

아예 제작사를 사들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초대박 한류 드라마를 만든 A제작사는 중국의 B인터넷 업체로부터 3000억원 투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점 콘텐트를 공급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의 C사는 무려 1조원을 들고 여러 제작사를 입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작가, PD들의 중국행도 이어지고 있다. ‘별그대’의 장태유 PD, ‘시크릿 가든’의 신우철 PD, ‘최고의 사랑’의 작가 홍자매 등이다. 한국 프로그램의 리메이크 바람이 처음 불을 붙였다. ‘아빠 어디가’ 중국판(후난위성TV)의 히트 이후 봇물을 이룬 우리 예능 리메이크는 제작 자문, 플라잉 PD 파견 등이 필수다. PD와 작가는 물론이고 여타 제작 스태프, (예능) 제작사 자체가 중국으로 날아갔다. 리메이크는 ‘개그콘서트’ ‘런닝맨’ 등 예능, ‘루비반지’ ‘넝굴째 굴러온 당신’ 등 드라마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어디로=문제는 외견상 활황으로 보이지만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는 중국에서 TV 외에 영화, 모바일 게임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2000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부가수익은 고스란히 중국 몫이었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심지어 동남아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드라마 온라인 전송료 역시 ‘별그대’ 4만 달러(회당)에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만 달러)로 반년 사이 5~6배 치솟았으나 중국 유통사가 가져가는 수익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별그대’가 38억 뷰인데 뷰당 광고료를 10원씩이라고 해도 380억원이다. 최종 수익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 노하우가 이전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J콘텐트허브 정일훈 팀장은 “ 노하우를 습득한 후에는 굳이 우리 인력을 쓸 이유가 없다”며 “게임 산업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핵심 제작 역량이 중국으로 넘어가 자체적인 제작 기반을 잃고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정부의 규제도 새로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은 최근 내년 5월부터 인터넷 상영 드라마에 대한 사전심의 강화를 발표했다. 다분히 한류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현실적으로 PPL이 타격을 입는 등 제한 요소가 많아지게 된다. 이 조치 발표 후 판매된 KBS 드라마 ‘아이언맨’은 전송료가 회당 2만 달러로 ‘별그대’ 이전 수준으로 크게 꺾였다.

이교욱 브로드스톰 대표는 “면밀한 대응 없이는 중국 한류가 독이 될 수 있는 상황 ”이라며 “가급적 공동 제작으로 기획 단계부터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최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양성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ooli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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