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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생리대 광고 속 ‘파란 생리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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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9월 22일 교양 잠깐독서

메스를 든 인문학
휴 앨더시 윌리엄스 지음, 김태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1만6000원


과학에 관심이 있어도 칼럼이나 논문을 찾아 읽을 땐 괴롭다. 대개 최신 연구 ‘결과’를 (대뜸) 소개하니까. 비전공자는 통성명부터 좀 하고 싶지만 과학은 다음 연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의 과학 칼럼은 다르다. 물을 넣어가며 익기 좋을 정도의 점성을 찾는 익반죽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글은 소화가 잘된다.

그는 “‘너 자신을 알라’지만 우리는 직접 자신을 알 수 없다. 자신의 내부를 노출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선은 자신의 몸과 같다는 가정하에 다른 사람의 몸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해부실로 간다. 이 책의 원제가 <해부학>이다.

정육점에서 얻은 돼지 눈을 갈라 헤쳐보고, 장애인 사이클 선수를 취재하며 성형·문신·성전환 등 자기변신이 능란한 시대의 몸의 확장과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생리대 광고 속 ‘파란 생리혈’도 고찰 대상. 피는 부상, 곧 약함의 표시인 남성권력이 생명력의 징표인 여성의 생리혈을 불결하다고 세뇌해왔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몸에 대한 지식으로 생명 연장, 나아가 생명 창조를 꿈꾸는 인류에게 묻는다. 몸을 아는 것, 오래 사는 것 다 좋은데, 장수하면서 하고 싶은 일은 지금도 할 수 있지 않냐고. 옳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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