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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집창촌은 사라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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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입니다. 단속에 협조하세요."

잠입 경찰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출입구 앞에서 대기하던 경찰들이 문을 뜯고 들이닥쳤다. 업주는 자리를 황급히 피하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만다. 옷을 벗은 젊은 여성이 황급히 수건으로 몸을 가린다. 업소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업소는 속칭 '립카페'로 불리는 변종 유사 성매매 업소다.

지난 18일 오후 5시 서울 신당동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성매매 업소를 급습한 경찰의 단속 현장에 본지 기자가 동행했다. 1층에는 카페와 분식점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일반 건물로, 밖에선 성매매 업소가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기 어렵다. 광역단속수사팀 소속 경찰관 6명은 각자 임무를 나눠 3시간 전부터 잠복에 들어갔다. '미끼' 임무를 맡은 한 경찰관은 미리 업소에 예약을 한 뒤 손님처럼 업소에 진입해 성매매 증거를 수집했다. 업소는 135㎡ 규모로,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방만 10여 개를 갖추고 있다. 업주 김 모씨는 "신대방동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다가 석 달 전 단속에 걸려 이곳에 다시 문을 열었다"며 "아직 지난번 적발건도 재판이 끝나지 않았는데 한 번만 봐 달라"고 하소연했다.

23일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을 맞는다. 불법이지만 사실상 합법처럼 횡행하며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본격화한 게 이때부터다. 하지만 성매매 업소는 '무한 진화'를 거듭하며 범람하고 있고 단속 실효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 처벌건수는 2010년 9583건에서 2011년 7241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12년 7598건, 2013년 8668건으로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5137건을 기록하며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비웃고 있다.

백남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2반장은 "단속해도 끝이 없다는 것이 성매매 단속의 어려움"이라며 "업주들이 4~5곳을 한꺼번에 운영해 한 곳이 단속에 걸려도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바지사장'을 앞세우는 등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쓴다"고 토로했다.

업태도 세분돼 '립카페'는 물론 손을 이용해 유사 성행위를 하는 '핸플방', 귀지를 파주다 유사 성행위로 이어지는 '귀청소방'과 '키스방',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오피방' 등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미아리 588, 청량리 텍사스 등 집창촌이 철퇴를 맞고 사라지고 있지만 신종 성매매 업소들은 도심 곳곳은 물론 주택가까지 파고들면서 '독버섯'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업소는 예약제나 회원제 등으로 운영되며 검경 단속을 손쉽게 피하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예약이 이뤄지며 일부에선 경찰의 함정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매수자 역시 요즘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상당수 강남 지역 오피스텔에는 이런 변종 성매매 업소가 최소한 두 개 이상은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업소끼리 동업에 나서고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등 이중ㆍ삼중으로 보호막을 마련하고 있어 실제 업주를 검거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또 성매매 산업 주범인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은 여전히 대로변에서 버젓이 영업할 정도로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2010년 서울대 여성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산업 규모는 6조8600억원이고 이 중 룸살롱 단란주점 등 일반 유흥주점을 통해 이뤄지는 성매매 액수가 3조5729억원에 달한다.

성매매특별법은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 참사를 계기로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됐다. 이전까지 성매매 단속 근거법이었던 '윤락행위 방지법'에 비해 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대표변호사는 "형사적 처벌 외에 단속되면 업소를 영구 폐쇄하는 등 행정적 형태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은영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부장
"풀살롱 하루매출 보통 3천만원 넘어…부당이익 끝까지 회수"


매일경제

"성매매는 산업범죄예요. 영업수익을 차단하는 게 핵심인데 현재 법규정은 있어도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검찰에서 성매매 척결 첨병 구실을 하는 황은영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 부장검사(48)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선 '처벌 강화'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황 부장검사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검찰 처분이 '전과가 없으면 기소유예, 전과가 있으면 벌금'이라는 식으로 편하게 넘어가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상습적인 성매매 업주는 7년 이하 징역과 7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황 부장검사는 "최근 범람하고 있는 풀살롱(성매매가 포함된 룸살롱)은 하루 매출이 3000만원이나 된다"며 "법이 정한 최대 벌금 1억원을 선고해도 이렇게 돈을 버는 업주들에게는 푼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좌추적을 통해 성매매로 벌어들인 수익 규모를 특정하고 박탈한 다음 업주들 구속 수사를 통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주들의 영업수익을 철저히 몰수ㆍ추징하고 형량을 올려 성매매 영업장 자체를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숙박업을 위한 모텔이나, 장기 투숙객을 위해 만들어진 레지던스, 사무용이나 주거용으로 세운 오피스텔을 성매매에 활용하다 적발되면 건물주까지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요환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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