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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회의 땅' 아프리카·중동을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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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최효극 기자 = 마음을 설레게 하는 ‘위험한 유혹’이 담겨 있는 책이다.

가볍고 흡인력 있는 문장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케냐의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고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게 된다.

미지의 땅으로만 여겼던 아프리카와 중동의 속살이 드러나고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와 다름없이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제3세계 사람들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게다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란 DNA가 꿈틀거리는 걸 느끼게 된다.

20여 년 기자생활을 하다 신문사를 떠나 지구촌 순례기자로 변신한 저자 박상주 씨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새로운 삶에 도전했고 블루오션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 ‘나에게는 중동이 있다’ 2권의 책에 소개된 17명은 모두 평범한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에서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을 하던 홍교관 씨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단팥빵, 꽈배기, 바케트 등 한국식 빵을 만들어 성공했다. 현지의 빵은 씹으면 사방팔방으로 부스러기가 떨어질 정도로 퍼석한데 한국식 빵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금방 입소문이 난 것이다.

하지만 홍 씨는 아프리카까지 이런 ‘돈 버는 성공’을 찾아 온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는 재주를 살려 사파리 가이드 사업에 진출했다. TV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던 사자와 기린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포식자들이 사냥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자유와 평화가 대지에 흘러넘쳤다. 가슴이 시키는대로 '아프리카로 번지점프'한 홍 씨는 한국의 강박적인 ‘빨리빨리’ 족쇄를 벗어던지고 기쁨으로 충만한 ‘뽈레뽈레(천천히 천천히)’의 삶을 얻었다.

홍해에서 스쿠버 다이빙 에이전시를 하는 윤선, 윤진 자매는 동대문시장 옷장사, 지방대생 출신이다. 모로코에서 배추를 재배해 한국건설업체 현지 식당에 김치를 납품하는 이종완 씨는 원양어선 선장 출신이다.

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고 한국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지금처럼 자기 일에 대한 애착, 일상생활 속의 기쁨, 미래에 대한 낙관 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을까.

엘리트 배구선수 출신 오한남 씨도 있다. 바레인 체육부 초청으로 배구 대표팀과 나세르 클럽팀을 지도하며 바레인과 인연을 맺었다. 중동의 명소로 꼽히는 한국음식점 ‘Arirang&Edo’와 고급호텔 킹덤 팰리스를 운영하고 있다. 바레인에서의 성공은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 한국대학배구연맹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우리는 외판원, 동대문시장 옷장사 뿐 아니라 대기업 엘리트 사원에 이르기까지 너나없이 촘촘한 경쟁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나마 88만원 세대는 취업 자체가 바늘구멍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둘러본 저자는 한국산 상품, 기술, 서비스 정도면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시장을 발견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저자는 “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는 이 땅의 88만원 세대들과 40대에서부터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는 중년의 실직자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에게 글로벌 무대의 풍요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2권의 책에 소개된 17명이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둔 바탕은 성실성과 진정성이었다. 누구랄 것 없이 돈을 벌면 지역민들을 위해 우물을 파주거나 밥퍼 봉사를 하는 등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현지에서 돈만 벌어 ‘먹튀’하는 얄팍한 상술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기회의 땅’ 아프리카, 중동으로 데려간 것은 위험을 무릅쓴 도전정신과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개척정신이었다.

저자는 취업난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20,30대와 퇴직 이후의 생계 불안감에 시달리는 40, 50대에게 가슴이 시키는대로 '세계로 나아가라'고 주문한다. 그곳에 집과 잡(job)이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위험한 유혹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태평양 편도 예고돼 있다.

287쪽, 239쪽. 각 1만4800원. 부키

al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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