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아베노믹스' 여기까지?…급정거세에 日경제 먹구름 가득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엔/달러 환율, 6년여래 최고 109엔까지↑…경제에 되레 '역효과' 우려

소비세율 추가 인상 여부 결정해야…올초 인상으로 경기 급락

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News1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세계 3위 규모인 일본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해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를 내놓으면서 활력을 찾는듯 보였던 경제는 최근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일본의 최근 성장 둔화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루 장관은 일본에 대해 소비제 증세 뒤 개인소비와 투자가 침체됐다면서 "경제 활동이 위축돼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부진한 경제 지표는 경기 둔화 흐름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일본 경제는 지난 분기(4~6월)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기준으로 7.1%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이후 최악의 수치이다. 지난 분기 이후 경기가 다소 개선됐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강한 회복세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19일 일본 정부는 9월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완만한 회복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취약한 흐름이 보인다"고 지적하며 경기 기조 판단을 하향 조정했다. 기조 판단 인하는 소비세율 인상 직후인 4월 이후 5개월만이다.

◇엔화, 6년여래 최약세에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

더욱이 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6년여래 약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지르는 환호성은 지난해와 달리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소니는 지난주에 올 회계연도 순손실 규모가 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1958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09.46엔을 기록하다 109엔에서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세를 근거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은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 것이 달러 매입, 엔 매도세를 이끌었다.

뉴스1

일본 상의의 일본 기업 대상 선호 환율 범위 조사 © News1


문제는 엔화 약세가 이제는 일본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렐라 웨인버그 파트너스의 헤지펀드 매니저 대니얼 아베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세계 다른 국가들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전략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그 혜택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약세는 일본 국민들의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틀란티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회장 에드윈 메르너는 CNBC에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인플레이션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소폭의 인플레이션을 좋아하지만 수요에 의해 견인되길 원한다"며 "큰폭의 수요 증가없이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는 오히려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메르너 회장은 엔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을 제고하지만 "수출업자들은 원자재도 사들여야 하는데 엔 약세는 이 비용이 상승한다는 의미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최대 수입 품목은 달러로 표시된 에너지이다.

엔화 약세의 주가 상승 기여도는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19일 닛케이 지수 종가는 1만6321.17엔이고 1달러는 109엔 정도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 1월에는 104엔 정도였다.

일본 매체 겐다이는 익명의 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환율 1엔 차이는 주가 150엔 정도를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흐름이 계속됐으면 5엔분의 750엔이 추가돼 주가는 1만6750엔은 당연히 도달했어야 한다. 분명이 엔화 약세와 주가 연동성은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일본 담당 선임 증시 전략가 케시 마쓰이는 WSJ에 "엔화 약세에 따른 수혜는 과거만큼 크지 않다"며 "엔화는 현재 실적 개선 전망에 기여하는 비중이 10% 정도일 것이다. 2년 전에는 거의 절반에 달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10엔을 넘어서면 엔화 약세가 주가 상승을 이끄는 흐름이 끝나고 엔화 약세가 오히려 주가 하락을 이끌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콘틴전트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대표 토렌스 코넬리는 WSJ에 "헤지펀들은 올 초에 일본에서 손실을 봤고 지금은 일본 시장에 복귀하길 꺼리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은 일본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는지를 한 분기 정도는 지켜보길 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최근 실시해 지난 1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4분의 3이 현재 엔화 약세 수준은 적정 수준을 벗어났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25%만이 105엔 이상을 선호했고 47%는 100~104엔 수준을, 28%는 99엔 이하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본 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105엔 이상을 원하는 기업은 13.7%에 불과했다.

◇연내로 소비세율 추가 인하 여부 결정해야

설상가상으로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을 내년 10월에 현재 8%에서 10%로 추가 인상할지 여부를 몇 달 내로 결정해야 한다. 올해 4월 8% 인상은 지난 수개월 동안 나타났던 경기 둔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여론조사는 일본 국민의 약 3분의 2가 소비세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베 총리는 현재 분기에 대한 지표를 확인한 다음에 인상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20일 G20 회의에서 소비세율 20% 인상은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연내 판단할 것이다"고 말하며 재정 건전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엔/달러 환율과 일본 닛케이225지수 주가 추이(2012년12월~2014년 9월 현재/ 단위: 엔) © News1


일본 경제를 오랫동안 지켜본 애널리스트 피터 태스크는 워싱턴포스트(WP)에 아베 총리가 추가로 소비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은 장기간 지속됐던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인상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경제는 상당히 위축됐다"고 말했다.

현재 자민당 내 일부 계파는 국내총생산(GDP)와 비교해 2배 이상 큰 공공부채를 크게 우려하면서 긴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세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당내 다른 계파에서는 경제가 살아나면 부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경제를 운용하면서 액셀을 밟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꾹 누르기도 했다. 아베노믹스를 이루고 있는 세 개의 화살이 이를 말해준다.

아베 총리는 양적완화, 재정정책의 깃발을 높이 든 후에 구조개혁에 나서면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이며 무역을 자유화하는 등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경기 개선을 위해 법인세 인하도 검토하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태스커는 향후 선거에 미치는 여파를 언급하며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깎아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올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세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그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 새로운 부양책을 꺼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 총리로서는 어느 것 하나를 더 중시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 셈이다.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도 쉽사리 걷힐 것 같지는 않다.

내 손안의 모바일 뉴스, 함께하니 더 즐겁다 ☞ NEWS1 모바일 바로가기

[스타핫뉴스 ‘news1 연예’] [생생스포츠현장]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