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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의회 '본사 바꿔치기 통한 稅테크' 방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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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도 행정조치 검토…공화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 미국 기업들이 외국 업체와의 인수·합병(M&A)을 활용해 법인세를 회피하는 일이 잦은 가운데 미국 의회가 이를 방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상원 은행위원회 산하 금융기관·소비자보호 소위원장인 셔로드 브라운(민주·오하이오) 의원과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딕 더빈(일리노이) 의원은 최근 이런 기업에 이른바 '출국세'(exit tax)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기업이 법인세 등을 물지 않으려고 외국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한 뒤 법인 소재지를 외국으로 옮기고 나서 수익을 본국으로 되돌려 오지 않을 때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버거킹, 화이자 등 미국 대기업들이 외국 경쟁 기업과의 M&A를 통해 본사 주소를 법인세율이 더 낮은 외국으로 옮기는 '인버전'(inversion), 다시 말해 법인 바꿔치기가 성행하면서 미국 내에서 세금 회피 논란이 계속되자 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미국 정부는 기업이 외국에서 얻은 수익을 본국으로 회수하기 전까지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수익을 직접 해외 투자하거나 현금을 외국에 쌓아둔다.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법인세율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민주당은 미국의 세제 기반을 흔드는 이런 관행을 즉각 멈추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을 제안한 브라운 상원의원은 "식당을 떠나기 전에 밥값 계산을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기업이라고 다른 규칙이 적용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버거킹이 캐나다 외식 기업인 팀 호튼을 인수한 뒤 본사를 캐나다로 옮긴다고 발표하자 자기 지역구인 오하이오주를 기반으로 한 웬디스나 화이트캐슬을 더 애용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기업의 인버전을 막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옳지 않은 행동"이라며 "미국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건 애국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의회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행정부가 조만간 인버전의 매력을 확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회에도 서한을 보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본사를 옮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세제 악용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입법 조처가 필요하고, 관련 법안은 소급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는 미국의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서 비롯된 일이라며 기업의 세금을 낮추는 등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세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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