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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AG 숨은 1mm] '노메달' 김장미 두 번 울린 황당한 '금메달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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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미가 20일 메달 획득에 실패한 가운데, 몇몇 언론들이 느닷없이 '금메달 획득' 기사를 출고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진석 기자, 네이버 캡처


[더팩트ㅣ인천옥련국제사격장 = 김광연 기자] 예상 밖의 부진에 그친 '사격 여제' 김장미가 두 번 고개를 숙였다. 정상 등극의 기대에 못 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도 서러운데, 황당한 '금메달 오보'가 터져나와 한숨을 내쉬었다. '팩트'를 외면한 언론들이 무책임한 '속보 경쟁'을 펼치며 오보를 내 김장미를 두 번 울렸다.

김장미(21·우리은행)는 20일 오전 10시 인천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96.1점으로 7위에 그쳤다. 2차 경쟁 단계에서 두 번째로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날 아침 8시에 열린 본선에서 384-13X점으로 개인 1위에 오르며 기대를 드높였으나, 결선에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목표로 하던 금메달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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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내 모 언론사들이 김장미가 금메달을 땄다고 오보를 내 논란이 되고 있다. /네이버 캡처


대회 전부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의 유력한 첫 금메달 후보로 거론됐던 김장미의 '당연한 1위'를 예측한 몇몇 언론들은 '무책임한 오보'로 김장미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겼다. 경기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장미의 금메달 획득 기사를 출고해 혼란을 부추겼다. 김장미가 출전한 여자 10m 공기권총이 아닌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어이없는 오보'를 내보냈다.

본선이 끝나고 결선이 열리기 전 쉬는 시간에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격 중계를 담당한 방송사에서 쉬는 시간을 활용해 김장미의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영상을 내보내면서 문제가 생겼다. 김장미는 런던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다. 당시 금메달 장면이 중계진의 목소리와 함께 방송이 됐고, 몇 언론사들이 김장미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속보로 전했다. "김장미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는 2012 런던 올림픽 방송이 흘러나오기 무섭게 국내 모 언론사 두 곳에서 '[속보] 김장미 25m 여자 권총 결선 금메달', '[속보] 김장미,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출고했다. 정확하게 경기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전한 명백한 '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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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미(가운데)가 2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여자 10m 공기권총 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를 펼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옥련국제사격장=최진석 기자


사실 국내 언론사들의 '무책임한' 속보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독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새벽 축구 경기에서는 자주 오보가 터져 나온다.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사를 출고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축구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기 종료 1~2분 전 결과를 미리 예측해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후 동점골이나 역전골이 나와 결과가 바뀌어 소동이 벌어진 적이 여러 차례 된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지난달 25일(한국시각) 구자철이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첫 골(개인) 터뜨린 경기에서 마인츠가 파더보른에 패했다고 보도했다. 후반전 막판 마인츠가 뒤지고 있는 상황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해 경기 종료 몇 분 전에 미리 출고했는데, 구자철이 종료 직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작렬하면서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돼버렸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나온 기사가 마인츠의 패배라고 나와 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구자철의 동점골이 터지고 경기가 종료된 후 무승부 기사가 쏟아졌고, 최초 보도 기사는 '눈치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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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파더보른과 마인츠의 경기가 끝나기 전 모 언론사에서 마인츠 패배로 기사(위)를 출고했다. 그 기사가 나온 후 구자철의 동점골이 터지며 곧 경기가 종료됐고, 이후 무승부 기사들이 쏟아졌다. /네이버 캡처


과도한 속보 경쟁 대해서 전문가들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말을 내놓고 있다. 스포츠평론가 A씨는 "독자들이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는 환경이 만들어진 뒤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최초 보도를 노리고 빠르게 기사를 출고하려는 욕심히 과해져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속보가 나오고 이후 결과가 바뀌는 황당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끝까지 '팩트'를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무책임하게 출고한 몇몇 기자들 때문에 언론인들 모두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결국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다"라고 혀를 찼다.

현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모 언론사 B씨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르게 기사를 써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은 기자의 숙명이다. 하지만 빠르면서도 정확해야 한다"고 말한 뒤 "포털사이트에 종속된 기사 소비 시스템이 결국 과도한 속보 경쟁을 낳았다고 본다. 하지만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기도 전해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전송해버리는 언론사들이 꽤 있다.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반성의 말을 남겼다.

물론 발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도 때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오보'는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세부 기록을 틀리게 쓴다거나 매우 헷갈리는 상황에서 잘못된 내용을 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메달의 주인공이 바뀌고, 경기의 결과가 잘못 전달되는 것은 실수가 아닌 독자들을 속이는 '거짓말'이다. 다른 매체보다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해 '팩트'를 외면하고 막 던진 내용의 글은 기사가 아닌 '소설'이라고 해야 옳다. 위에 지적한 오보를 낸 언론사들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 보도 없이 그냥 '삭제'로 증거인멸 했다. 독자들의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이유다.

한편, 김장미가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가운데, 함께 출전한 정지혜(부산시청)가 201.3점으로 중국 장 멘귀안(202.2점)에 이어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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