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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기업 로비 1mm] 로비, 기업의 얼굴이 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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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은 로비를 기업의 얼굴로 인식하고, 경영철학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더팩트DB




사람의 첫인상이 얼굴에서 좌우되듯 회사의 첫인상은 로비에서 결정된다. 그 회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이 바로 1층 로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본사 로비는 그 회사만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내 대기업들은 회사 로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대기업 본사 로비에 숨겨진 1mm를 파헤쳐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세희 기자] 최근 기업의 로비는 그 어느 곳보다도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객들이 가장 먼저 기업의 이미지를 평가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로비 아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기업들은 로비를 회사의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심어주는 동시에 친근감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로비에 회사의 경영 철학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표현 방식도 다양하다.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CJ제일제당은 창업주의 흔적을 곳곳에 남겨놓아 로비를 방문하는 이들이 한눈에 그룹 역사와 철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는 철강회사라는 그룹 이미지를 그대로 알 수 있게 하는 철제 구조물을 세웠다.

로비를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고객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삼성생명은 로비에 전무후무한 미술관을 만들어 삼성생명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 역시 정태영 사장의 디자인 경영 철학이 담긴 다양한 예술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으며 KT도 고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IT기기를 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기업 이미지를 한층 고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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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로비에는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홀로그램 흉상이 자리잡고 있다./황진희 기자


◆ CJ제일제당, 창업주 정신 계승 다짐

CJ제일제당 로비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곳인 만큼 창업주를 기리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고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38년 삼성상회를 세워 삼성그룹의 토대를 마련한 뒤 1953년 현 CJ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제당을 설립했으니 그룹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CJ제일제당 로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CJ그룹 식품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CJ제일제당센터(서울 퇴계로 5가) 1층 로비에는 고인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병철 회장의 흉상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 흉상은 가로세로 70*55(cm) 크기로 입체 영상을 전방과 좌우 방향에서 모두 정면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청동이나 대리석 흉상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홀로그램이라는 독특하고 신비한 방식으로 구현해 오가는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로비에 마련된 흉상 앞쪽에는 '미디어 트리'라 불리는 간략 버전의 CJ역사관이 있다. LDC모니터를 하나의 나무(트리)처럼 수직으로 배열하여 작은 숲을 형상화한 '미디어 트리'는 진취적이고 젊은 이미지의 CJ그룹과 잘 어울리는 표현방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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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서울사무소 로비 앞에 철제로 만들어진 ‘꽃이 피는 구조물’부터 누가 봐도 이 건물을 보유한 회사가 철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황준성 기자


◆ 포스코, 철강회사 이미지 그대로

국내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서울사무소 로비에서도 그 강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냈다. 로비에 들어가기 전 입구 앞을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철제로 만들어진 ‘꽃이 피는 구조물’부터 누가 봐도 이 건물을 보유한 회사가 철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강인한 이미지만 로비에 담은 것은 아니다. 지난 1963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포스코인 만큼 국민들과 함께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포스코 로비에는 3억 원을 들인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에 이르는 높이의 대형 수족관이 자리하고 있다. 30여종의 산호초와 40여종 2000마리의 열대어, 거북이, 곰치 등 수많은 식과 물고기들이 화려한 수를 놓고 있어,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인근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려와 수족관을 구경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비록 관리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주민들, 방문객, 직원들까지 호평해 포스코가 수족관을 설치한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시민들에게 철에 대해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갤러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철광석이 철강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그 제품이 사용되는 것까지 한눈에 포스코의 사업영역을 살필 수 있다. 여기에 포스코 로비는 매월 19일 포스코센터 음악회를 15년째 지속하고 있는 문화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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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1층 로비에는 플라토 미술관이 있어 고객들과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오세희 기자


◆ 삼성생명, 미술이 함께하는 문화 공간

고객들과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보험사인 만큼 삼성그룹의 생명보험사 삼성생명은 로비에 미술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서울 태평로2가 삼성생명 본관 1층에 자리잡고 있는 '플라토 미술관'은 지난 1999년 오귀스트 로댕 작품의 상설전시관으로 문을 열고, 로댕의 불후의 명작인 '지옥의 문'을 전시하면서 이름을 알린 15년 역사의 미술관이다.

플라토는 3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고 있어 하루 2~300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직원들에게는 무료로 운영되는 이 미술관은 명실공히 삼성생명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삼성생명의 플라토는 그룹 안주인인 홍라희 리움 관장의 애정이 듬뿍 담긴 곳이다. 지난 2010년 홍 관장이 삼성문화재단 관장직에 복직하면서 개관한 이 미술관은 홍 관장 아래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뉴욕의 저명 건축설계사무소인 KPF의 책임디자이너 윌리엄 페더슨이 작업한 미술관 외부 역시 홍 관장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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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로비 한켠에 있는 줄리안 오피의 미디어 아트 '워킹 사라'가 로비를 방문한 이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박지혜 기자


◆ 현대카드, 최고경영자 경영철학 '디자인 경영' 한눈에

현대카드 로비는 그야말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현대카드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다. 카드업계에서 '디자인과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현대카드는 본사 로비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디자인 경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카드 로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작은 화면 60개가 일렬로 붙어있는 '통곡의 벽'이다. 이 통곡의 벽에는 고객들의 불만과 민원사항이 쉴새 없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흐른다. 늘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정 사장의 의도가 담긴 이 공간은 경영 철학과 예술이 조합된 현대카드 만의 특별함이 깃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카드의 역사, 줄리안 오피의 미디어 아트 '워킹 사라' 등이 로비를 꾸미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 로비에서는 '디자인에 민감한 곳'이라는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다. 지하 주차장 역시 영문화 숫자까지 현대카드 고유의 서체등을 사용해 꾸며졌다.

로비 뿐만 아니라 본사 외관 역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현대카드는 본사 외곽에 다양한 영상물을 볼 수 있는 화면을 대형 화분마다 전시해 놓고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현대카드 로비는 여러 차례 디자인 관련 상을 받고 독특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차별된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대카드의 이상이 그대로 실현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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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올레스퀘어는 ICT(정보통신기술) 복합문화공간으로 소비자에게 열려있다./ 황원영 기자


◆ KT로비, 시민의 놀이터

KT 본사는 '시민 놀이터'로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음악회부터 연극까지 다양한 예술이 펼쳐지는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진 KT 로비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보통신 선도 기업답게 KT의 로비는 ICT(정보통신기술) 복합문화공간으로 소비자와 공존하고 있다. 2010년 5월에 개관한 올레스퀘어는 약 3300㎡ 규모로 고객들이 미리 KT 서비스를 체험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위한 공간, 문화 공연과 특별한 강연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학술 지원 공간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4년째 운영되고 있는 KT로비 올레스퀘어는 연간 100만 명이 이용하는 ICT 및 문화체험 명소다. 각종 최신 IT기기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집과 같은 테마공간으로 이뤄진 올아이피(ALL-IP)라운지, 오피스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는 비즈(Biz)라운지를 비롯해 카페, KT서비스 가입, 변경 등 고객서비스가 어우러져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로비가 아무래도 고객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이전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실제로 경영진들도 자신의 경영 철학이나 회사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적인 장소로 인식해 로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차츰 로비가 직원들의 출퇴근 공간이 아닌 고객들이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로비는 이제 기업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면서 "로비를 보면 그 기업이 추구하는 정신이나 이념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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