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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진명 소설로 본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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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치 땐 중국 미사일 무용지물

미군 MD 핵심 … 동북아의 '뜨거운 감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한반도의 관계를 다룬 소설 『THAAD(싸드)』가 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진명의 신간이다. 세계은행 연구원 리처드 김의 사망을 계기로 미 미사일방어(MD·Missile Defense)체계와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변호사 최어민의 활약을 다뤘다. 발매 첫 주부터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5주째인 19일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7위, ‘예스24’에서는 9위다.

출판계는 동북아 외교·안보의 ‘뜨거운 감자’인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도입의 이면을 다룬 게 주효했다고 본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6월 “사드를 주한미군 기지에 들여오도록 본국에 요청했다”고 밝힌 뒤 사드는 국제 이슈로 비화됐다. 찬성하는 미국, 주저하는 한국, 반대하는 중국의 형국이다. 사드와 관련된 논란을 소설 『THAAD(싸드)』의 본문과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Q&A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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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동북아의 갈등관계를 다룬 김진명의 신작 『THAAD(싸드)』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사드는 뭔가?

“싸드 없는 MD는 무용지물이란 얘기군요?” “네, 싸드는 미사일방어망 전체에서 중요도가 가장 높아요. 미사일도 미사일이지만 거기에 장착되는 레이더가 더 위력적이에요.” (210~211쪽)

사드는 미국이 개발한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MD의 핵심이다. 요격 시점에 따라 세 가지가 있다.

① 추진 및 상승 단계 방어=대기권을 벗어나기 전에 요격하는 방법이다. 안전하지만 걸리는 시간(1~5분)이 짧아 대응이 어렵다. ② 중간 단계 방어=미사일이 일정 고도에 올라 비행하는 동안 요격하는 방법이다. ③ 종말 단계 방어=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목표물에 떨어지기 전 요격하는 방법이다. 시간 여유가 있지만 미사일 파편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사드’는 종말 단계 방어에 해당된다. 상대방의 미사일을 탐지해 고도 40~150㎞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

- 미군은 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 하나.

“여하튼 MD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야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요.” “한 가지 조건?” “MD를 살리려면 무조건 싸드를 한국에 배치해야만 해요.” “한국에 싸드를요?”(210쪽)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북한의 위협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대한민국 방어를 더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사드 도입을 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려면 고도 15㎞가량에서 요격이 가능한 주한미군의 PAC-3, 한국군의 PAC-2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한기호(새누리당) 의원은 “만약 PAC-2와 PAC-3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불바다가 된다”며 “사드라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사드의 배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거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을 코앞에서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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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40~150㎞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사진 록히드마틴]


- 중국은 왜 반대하나.

“(최)어민은 싸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그 순간부터 중국의 미사일들은 힘을 쓸 수 없다던 수전의 말을 떠올렸다… 싸드의 배치란 곧 중국과 철천지 원수가 되는 길이었고 전쟁이 터진다면 중국의 제일 공격 목표는 한국의 싸드일 것이었다.”(279쪽)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8일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포털인 환추왕(環球網)은 사드 배치를 두고 ‘조주위학(助紂爲虐·나쁜 사람을 도와 나쁜 일을 한다)’이라고 했다. 5월 말에도 친강 외교부 대변인이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드 운영체제의 핵심인 X-Band 레이더(XBR)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더로 탐지거리가 최대 1800㎞에 달한다. 현재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 곳은 본토, 하와이, 괌 등 세 곳이다. 중국은 탐지 범위 밖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배치되면 베이징·상하이는 물론 일부 내륙에 설치된 미사일도 탐지가 가능하다.

- 한국에는 필요 없다?

“북한에서 남한을 향해 쏘는 미사일은 고도가 높을 필요가 없어요. 따라서 한국 정부는 패트리어트 같은 걸로 충분하게 격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데다 독자적 방어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어요.”(211쪽)

사드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북한용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미사일을 쏠 때는 미사일의 고도가 낮아 고고도 방어체계는 필요없다고 한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북한은 3월 말 동해 인근에서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 2기를 발사하면서 발사 각도를 높여 사거리를 650㎞로 줄이는 방법을 시험했다. 청진에서 쏜다면 서울에 닿는 거리다. 당시 노동미사일의 최대 고도가 160㎞ 이상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다.

[S BOX] 김진명 “긴박한 문제 … 『고구려』 집필 중단하고 올인”

“저도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THAAD(싸드)』의 저자 김진명은 18일 전화 통화에서 한숨을 쉬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책 준비에 ‘올인’했다. 5권까지 집필한 대하소설 『고구려』의 작업도 중단한 채였다. “너무 긴박한 문제인 만큼 국민에게 빨리 알리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사드 배치를 미국의 이해관계로 규정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미국이 군사력에선 열세인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경제는 중국과 손잡되, 정치는 중국보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는 게 안전하다”며 “동맹국의 이해를 저버릴 수만은 없다”고도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대화 속엔 이런 그의 고민이 묻어난다.

“지구상에 한국을 위해 1조 달러의 돈과 6만 명의 생명, 30만 명의 부상병을 각오하는 나라가 미국 외에 또 있나?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이득을 취할까 눈치만 보고 있어. 너희는 희생하라. 우리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꼴 아닌가?”(344쪽)

작가 못지않게 정부의 고민도 깊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우리 정부는 사드 보유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검토는 미군이 알아서 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미 는 다음 달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 문제를 다룬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박승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iyunj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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