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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예기자24시]‘명량’ 배설 명예훼손 논란, CJ 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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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학원 이름 탓’(방황하는 칼날), ‘음악 표절’(수상한 그녀)…. 이번엔 ‘사자(死者) 명예훼손’이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 얘기다. 공교롭게도 모두 문화 선두주자라고 하는 CJ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들이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긋고 명예의 전당에 오를 ‘명량’이지만, 불명예 기록도 남기게 됐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과 각본가 전철홍, 소설가 김호경씨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법정 공방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명량’에서 경상우수사 배설이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려 시도하고, 거북선을 불태운 다음 혼자 도망치다가 안위 화살에 맞아 죽은 것으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후손들은 “배설 장군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이순신 장군을 배반한 ‘배신자’로 그려졌다”며 “사자 명예훼손이다”며 반발했다.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공식자료를 통해 “피해자인 후손들이 요구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자손에 대한 인격권의 침해가 중단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고 있으며 그 어떠한 책임 있는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배설 장군은 실제로 명량해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내용도 전혀 달라 선조인 배설 장군은 물론 후손들의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지난 1일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한 언론을 통해 문제를 짚고 상영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명량’ 제작사는 이렇다 할 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몇몇 매체를 통해 “직접 상영중단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로만 봐 달라”는 입장만을 전했을 뿐이다. 지금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는 없어 보인다.

‘명량’의 투자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는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CJ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진 뒤 “제작사와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만 했다. 지난 18일에도 “제작사에서 해결해야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앞서 경주 배씨 비대위 측은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비대위 측은 “범죄의 피해자인 후손들의 호소에 대해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다’고 언론에 한 줄 입장 표명을 하고선 피해 당사자들에게 연락 한번 없이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고소장에 CJ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있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게 영리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정까지 가게 되면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CJ 역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데, 미약한 대처가 아쉬울 따름이다. 앞서 몇몇 재판으로 트라우마가 큰 CJ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한번 이미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주 배씨 비대위 측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좋게 해결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앞서 ‘방황하는 칼날’에서 성매매 장소로 표현된 학원 문제에 CJ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는 비교된다. 앞서 법원은 이 학원이 제기한 영화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는데, 이런 사항도 CJ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명량’의 최대 수혜자는 제작사 빅스톤픽쳐스와 그 제작사 대표이자 감독인 김한민 감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CJ 역시 한국영화가 넘어야 할 산이었던 외화 ‘아바타’의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최대 매출액까지 찍었다. 그리고 전설적인 영화가 될 ‘명량’을 만드는 데 주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CJ가 이번 사건에 발을 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더욱 아쉬운 이유다.

한편 제작사는 19일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사과가 됐든 정면 대응이든 상처 가득한 영화로 남게 돼 아쉽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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