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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투표에 국내 위스키업계 ‘긴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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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독립 가결 땐 EU 회원국 자격 상실돼

관세 혜택 철회로 위스키 가격 인상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에도 영향 예상

파운드화 변동은 금융시장 불안 요인



21세기 ‘브레이브 하트’를 꿈꾸는 스코틀랜드가 300여년 만에 영국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주민 투표를 하루 앞두고 있는 가운데 투표가 가결될 경우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스코틀랜드와 우리의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립 가결 땐 유럽연합(EU) 회원국 자격 상실이 예상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위스키·원유 등에 대한 관세 혜택 철회가 예상되고, 국제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으로 이어질 여파도 우려된다.

17일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스코틀랜드 경제는 금융업과 스카치 위스키 제조업, 북해유전 원유 판매 등의 비중이 큰 나라로 교역구조상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영향을 끼칠 여지는 크지 않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은 영국에 정치·군사적, 경제적 파급 효과가 워낙 커서 영국의 국제적 위상을 흔들고 국제적 기축통화로 자리잡은 파운드화의 지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실물경제에서는 2011년 7월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관세 혜택을 크게 누린 위스키 시장과 영국산 원유수입에 대한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생산품인 스카치 위스키는 원래 수입관세가 20%로 높았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곧바로 15%로 떨어졌고, 이후 해마다 5%포인트씩 관세가 감축돼 올 7월부터는 관세가 없어졌다. 연간 13억병을 수출하는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 한국은 수입 7~8위를 다투는 큰손 고객으로, 관세 원상 회복은 가격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원유 수입처 다변화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흔히 ‘브렌트유’로 불리는 영국 북해유전의 원유 수입은 국내 정유업계에선 2002년 이래 수년간 전무했으나 2011년에 관세 3%가 철폐되면서 전체 도입물량의 0.3%에 해당하는 306만4000배럴이 처음으로 수입됐고, 올해는 1~7월 수입물량만 2011년의 7배가량인 2059만7000배럴로 급증했다. 유럽산(영국) 원유 도입량은 올 상반기 중동산과 아시아산에 이어 지역별 도입 비중 3위(5.1%)를 차지할 만큼 증가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북해유전의 80%이상을 가져가게 돼 이 지역 원유가 관세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운송기간이 40일로 중동산의 두배여서 운임이 많이 들고 원유가격 변동 위험도 큰 유럽산은 국내에서 다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스코틀랜드는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 유지를 희망했지만, 유럽연합은 재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화한 상태다. 유럽연합 재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를 얻어야 가능한데, 유럽연합 주요국들이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는 상황에서 재가입이 녹록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는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을 상실한 뒤 스페인의 반대로 지금껏 유럽연합에 재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은 시차를 두고 국내 실물 경제에 반영될 것이어서 우려가 더 크다. 최근 파운드화가 미 달러화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독립 결정 땐 상당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 또 영국 경제의 위상 약화는 안 그래도 회복이 더딘 유럽연합의 경기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어 대외 수출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케이디비대우증권의 이승우 팀장은 “스코틀랜드 독립 땐 기축통화인 파운드 지위가 흔들리며 단기적으로는 국제 금융시장에 쇼크가 클 것이고 실물 경제 영향은 조금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유럽 금융시장 혼란은 글로벌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유럽 경기의 추가 위축, 중국의 대외 수출 둔화로 이어지며 중국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나라 경제에도 순차적으로 타격을 주게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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