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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대학구조개혁 속도 붙어…대학들 '학생 수 줄이기'도 빨라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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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지표 36개 제시…'정원·학부 조정' 항목 등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17일 본지가 입수한 '대학 구조개혁 일정 대비표'와 '평가지표(안)'는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 처음으로 지표를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대학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할 당시 평가영역 및 내용을 '예시' 수준으로만 제시했었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에 평가에 들어간다면서도, 중장기 대학발전계획, 이사회 및 각종위원회 운영, 재정운영, 학내갈등관리, 취업 등 큰 틀만 내놓는 데 그쳐 '우리 대학이 어느 등급에 속할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대학 관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번 평가지표(안)에는 계획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평가지표가 총 36개로 제시돼 있다.

우선 '중장기 발전계획 및 학생선발' 영역에 '정원조정 및 학부(과) 조정' 항목이 들어가 있다. 대학의 설립이념과 중장기 발전계획에 맞게 정원조정이 이뤄져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일부 대학들은 이미 정부가 주도하는 특성화 사업 등에 선정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원감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대학특성화 사업 신청 시 정원감축을 전혀 하지 않기로 한 고려대와 연세대 등이 사업 선정에서 떨어져, 정원감축 여부가 정부의 대학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서울시 내 한 대학 관계자는 "사립대학들은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더라도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학생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며 "최후에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산도 있고, 한편 적절히 줄여서 특성화 사업비라도 지원받는 게 낫다고 판단해 '알아서 기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평가안이 확정되면 대학들의 '학생 수 줄이기' 노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 및 학과 조정 항목이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대학들이 '버텨보자'는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외 평가지표로는 ▲교사 확보율 ▲강의실 및 실험실습실 규모 ▲학생 수 대비 도서관 및 장서의 규모 등 교육기본시설에 대한 항목이 있다. 또 재정·운영시스템 영역에서 ▲세입규모와 구성요소 간 비율 ▲학생에 대한 교육비 투자(계열별, 감가상각 고려, 시설투자비 제외) 등이 있고 ▲최근 5년간 교육 및 학사운영에 지장을 줄 만한 법령 위반사항, 학내 분규·소요가 있었는지에 따라 '감점'을 유발할 수 있게 돼 있다. 모두 정량지표에 해당한다.

'교육 성과' 항목은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만 구성돼 있다. 취업률은 특히 지난 1월 발표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으로 그간 대학 평가에서 주요 지표로 쓰여왔던 것으로 분석되나, 수치로 드러난 취업률에는 '취업이 유지되는 비율'이나 '일자리의 질'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대학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할 당시 "정량지표(취업률)를 보면서 거기에 연결돼 있는 질적인 측면이 어떤가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그 지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평가지표안에는 '비율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정량평가, 즉 수치로 환산이 가능한 지표만이 드러나 있고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계획은 드러나 있지 않다.

한편 2023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16만명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은 평가지표가 확정돼 평가가 실시되고 이의신청 및 조정 기간이 끝나면, 모든 대학을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의 5등급으로 분류하게 된다. 등급 확정은 내년 7~8월로 계획돼 있다. 등급별로 정원감축이나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 대출 제한 등 차등적인 조치가 이뤄지는데 2회 연속 '매우 미흡' 등급을 받는 대학은 '퇴출'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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