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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쟁보다 참혹’…가자 임대료 두배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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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택 임대료가 사상 최악으로 치솟고 있다. 이슬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에 무기한 휴전에 들어간 가자는 평화를 되찾은 것과 동시에 빚 부담도 함께 짊어지게 된 셈이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60만명이 사는 인구 밀집지역 가자시에서 아파트 임대료는 휴전 이후 2배 이상으로 폭등했다는 게 현지 기업인과 이코노미스트들의 전언이다. 전쟁 전 침실 2개짜리 아파트의 평균 임대료는 한달에 200달러 였지만 지금은 500달러로 2배 이상 비싸졌다.

그런데 이는 가자 지구가 직면한 주택문제의 한 단편에 불과하다.

▶전쟁 후유증…주택 위기 심화 =유엔(UNㆍ국제연합) 집계에 따르면 50일간의 교전으로 인해 가자에서 심각하게 파손된 주택은 1만7000채에 이른다. 토지 부족, 빠른 인구 성장, 이스라엘의 건축자재 수입 제한 등이 맞물려 주택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빠듯한 구조다.

UN은 170만명 수준인 가자인구가 2020년에 210만명으로 24%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오마르 샤반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전에는 주택이 최소 7만채 부족했다”라며 “주택 수천 채가 전쟁 중에 파손돼, 주택 위기는 더욱 심화했고, 이 위기가 아파트 임대료 폭등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가자 지구를 재건해야하지만, 재건 사업이 언제 시작되고, 얼마나 걸릴 지는 불확실하다. 가자 재건에 필요한 예상 비용은 78억달러(8조613억원)다. 다음달 이집트에선 가자 재건 돕기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으로, 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파손된 주택의 상당수는 다시 재건될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일단 건자재가 부족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터널 복구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건자재의 운송을 제한하고 있다. 이집트 역시 가자 국경 감시를 촘촘히 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까지 이집트는 국경 근처에서 하마스가 군 물자를 밀반입하는 데 쓰는 터널 1400개 가량을 철거한 바 있다.

16일 UN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가자 재건 속도를 높이기 위해 UN이 건자재 운송을 감시하는 내용의 협력에 합의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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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연관 업계는 전쟁 특수 기대 =전쟁이 끝난 터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기회도 자라나고 있다.

전후 복구 사업과 연관된 분야는 ‘특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알루미늄 회사를 운영하는 한 팔레스타인 사업가는 전후 복구 특수로 인해 이익이 배로 늘 것을 기대하고 있다.

벽돌 공장 사장 모하메드 마로프는 WP에 “공장 가치가 500만달러인데 터널이 폐쇄된 뒤로 전혀 일을 하지 못했다”며 “재건이 내게 많은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현지 전문가들은 가자 노동력의 3분의 1이 건설 부문 종사자로, 국경 감시 강화와 터널 봉쇄 이후 건설 경기가 시들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다음에 무엇이 오느냐다. 어디서 묵느냐, 어디로 가느냐, 어떻게 사느냐, 이런 문제가 전쟁 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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