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결국 소송' 임영록, 얽히고설킨 4가지 시나리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장현 기자] 주 전산기 교체문제로 세간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KB사태'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법적구제절차 돌입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원의 판단과 금융당국의 강공책, 사외이사들의 행보에 따라 KB사태는 어수선한 상태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임 회장은 16일 금융위를 상대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징계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해임안을 포함 임 회장의 거취를 논의한다. 이날 혹은 정식 이사회를 열어 19일까지는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이사회의 결정이 주목되는 것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것은 본안소송 전까지 직무정지 상태를 잠시 멈추고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다. 법원이 임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임 회장은 회장직에 복귀하게 된다. 가처분 신청은 심문과 결정과정을 거쳐 신청 후 약 1개월 후에 결정이 난다.

가처분 신청은 보통 받아들여지지만 가처분 결정 이전 이사회가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결의하게 되면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청구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해임이 되면 직무정지 징계를 잠시 멈춰달라는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임 회장은 해임된 상태서 나홀로 소송을 이어가게 된다.

이사회가 당장 임 회장의 거취를 결론내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가능성도 크다. 임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가장 큰 근거가 금융당국의 '직무정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임 회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직무정지를 당분간 풀어준다면 이사회로서도 해임안을 논의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일부 사외이사가 공개적으로 금융당국의 임 회장 퇴진압박은 '관치(官治)'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일부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에 대한 동정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처분 신청 후 이사회가 해임을 논의하지 않고 임 회장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해임안을 올렸다가 부결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사들의 배임논란과 KB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추가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검토 중인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미룰 경우 KB사태의 불길은 금융업권 전체로 번지게 된다.

이 때문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도 이사회는 법원 판단과 별개로 임 회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업에서 회장과 이사회 등 수뇌부가 번번이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가총액 15조2000억원, 코스피 14위의 거대그룹인 K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더 이상 흔들릴 수 없다는 주주와 직원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위가 회장 직무정지를 결정한 이후 KB금융 주가는 4만1150원에서 15일 3만9000원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 경우 임 회장이 이사회의 해임결정에 대해 무효소송을 벌이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융위는 이사회의 결정을 보고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임 회장이 금융당국에 반기를 든 사이 KB국민카드의 정보유출건이 오는 26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된다. 금감원은 국민카드가 은행 고객정보를 이관받으면서 차후 삭제하겠다는 사업보고서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만간 검사를 마무리하고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KB금융이 이미 주 전산기 사태와 관련해 '기관경고'를 받은 상태기 때문에 KB금융은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는 최근 3년간 기관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영업 일부 정지 등 가중 제재를 받게 된다. KB금융은 이 기간 기관경고와 기관주의를 1번씩 받은 상태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