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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러 재벌기업인 가택연금…'제2 유코스 사건'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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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 재벌 예브투셴코프, 돈세탁 혐의…"정치적 동기" 제기

(모스크바 AP·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유력 재벌기업인이 16일(현지시간) 사법당국에 의해 가택 연금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현지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시스테마 홀딩의 대표인 블라디미르 예브투셴코프(65)가 "범죄적 수단으로 취득한 자산의 돈세탁에 관여했다고 볼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완료 때까지 그를 가택 연금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시스테마 홀딩이 지방 석유회사 바시네프트의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돈세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테마 홀딩은 이날 성명에서 당국이 언급한 혐의는 전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정에 따르면 예브투셴코프의 보유자산 규모는 68억 달러로 러시아 15위에 해당하며 그가 창업한 시스테마 홀딩은 러시아 최대의 이동통신회사인 MTS를 포함해 200여개의 각종 자산을 관리하는 지주회사다.

이번 사법당국 수사는 2003년 러시아 최고 갑부인 미하일 호도로프스키가 재벌들의 정치 개입을 경고하는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의 발언 뒤 돌연 대통령에 직보하는 기관인 연방수사위원회에 체포되고 그가 이끌던 거대 민간 석유회사 유코스가 공중분해 된 사건을 연상시키고 있다.

러시아 기업인과 정치평론가들은 예브투셴코프에 대한 수사에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좀처럼 크렘린궁에 거슬리는 발언을 자제하던 알렉산드르 쇼힌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회장조차도 "분명히 제2의 유코스처럼 보인다"고 논평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바시네프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유코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고르 세친이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이 의심을 품게 하는 요인들이다.

이고르 세친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 측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풀려나 현재 스위스에서 자진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호도로프스키는 세친이 자신의 몰락을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유코스는 호도로프스키가 수난을 당하는 동안 파산상태에 빠진 뒤 석연치 않은 절차를 통해 2004년 국영기업들에 분할 매각됐다.

당시 로스네프트는 미미한 존재였으나 유코스의 알짜 자산들을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석유기업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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