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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10년간 성장이 멈춘 동네…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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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늘 가리봉 지구에 대해 '균형발전 촉진지구' 이른바 '뉴타운 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지구 지정 10년 10개월 만이고, 서울시내 뉴타운 35개 가운데 지구 지정이 해제된 것은 창신-숭인 일대에 이어 두번째다. 한마디로 구역 정비를 잘 해 좋은 마을로 만들어보려 했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정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한때 뉴타운 지구 지정에 대한 인기는 대단해서 지역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지구 지정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땅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토지 매매나 신규 건축 허가가 제한되고, 도로 등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개발할 거니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가리봉 지구는 2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이 전체의 72.3%를 차지하고, 폭 4미터가 안 돼 소방차나 구급차가 진입할 수 없는 도로가 6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공원이나 녹지 같은 주민 편의시설은 아예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10년간 성장이 멈추다 보니 동네 전체가 슬럼화되면서 우범지대로 변한 것이다.

서울시의 변명은 이렇다. 당초 가리봉 지구를 구로 디지털 단지와 연계된 복합지구로 개발하려 했으나, 개발이익을 노린 땅주인들의 반대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토지 보상비가 급증했고, 2008년엔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해 사업추진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그 사이 땅주인의 32.49%가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어, 소유자 30% 이상이 사업을 반대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지구지정 해제에 따른 행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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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리봉 지구는 중국 조선족 동포가 인구의 30%를 차지하면서 중국 동포시장, 연변거리 상가 등 중국 동포만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긴 하지만 쓰레기 무단 방출과 음주 사고 등으로 내국인과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도시정비를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현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말한다. 서울시는 오늘 가리봉 지구해제를 발표하면서 '도시재생의 옷을 입힌다'는 미사여구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이 차이나 타운처럼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벌집촌은 공공 건축가를 투입해 1970년대 여성 근로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디지털 단지 근로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 주택 등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 게 사후약방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울시는 가리봉지구 뉴타운 지구해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뉴타운 지구지정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이 슬럼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계속 주시했어야 하고,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즉각적인 행정지도에 나서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 생겼나? 6년 전의 일이다. 이제와서 우리는 책임없다며 '도시 재생의 옷을 입힌다'라는 미사여구로 은근 슬쩍 발을 빼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 그 자체다.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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