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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현대車, 錢의 전쟁땐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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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전부지 17일 경쟁입찰 '제2 용산실패' 면하려면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자칫 '제2의 용산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치열한 2파전 경쟁구도 속에 지나치게 비싼 값에 부지를 매입할 경우 승자의 저주가 예상돼서다. 과거 4조원대 땅을 8조원대에 매입해 결국 사업성 악화로 실패한 용산개발의 전철을 경계하는 것이다.

■입찰가 4조~5조?··· '쩐의 전쟁'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17일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실상 인수전 물밑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간 2파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총 7만9342㎡에 달하는 한전부지는 감정가만 3조3346억원으로, 업계에서는 최저입찰가 비공개에 따라 입찰가가 4조~5조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가 경쟁 입찰방식으로 새 주인을 찾게 되는 한전 부지는 한전의 부채감축을 위해 최대한 비싸게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오는 2017년까지 부채를 14조7000억원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전 측은 예정가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찰될 경우 가격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입찰에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현대 측도 입찰가가 큰 폭으로 치솟을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좁고 외진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벗어나 제대로 된 사옥이 필요한데다 뚝섬에 신사옥을 지으려 했던 계획마저 막혀 있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입찰가격이 높아질 경우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무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입찰 여부를 저울질해 온 것으로 알려진 삼성 측은 보다 신중한 모양새다. 관계자는 "입찰 참여도 비밀로 붙여지고 있는 등 내부에서 모든 게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입찰을 두고 과거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매입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용산철도정비창(35만여㎡) 부지의 감정가격은 3조8000억원이었으나 당시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결국 8조원에 매각됐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과도한 토지가격 지출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자 삼성이 컨소시엄에서 빠져나왔고 이어 롯데와 코레일이 책임 공방을 벌이다가 무너진 것"이라며 "과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나친 경쟁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매각가가 지나치게 치솟을 경우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승자의 저주로 예상보다 높은 땅값을 지불할 경우 수익성이 우려된다"며 "더욱이 한전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 호텔, 상가 등이 들어선다고 할 때 오피스는 사옥으로 일부 쓴다고 해도 아파트는 초대형 수요가 없고 상가는 인근 코엑스를 뛰어넘는 상권으로 확산될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수익이 나오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한전부지뿐 아니라 주변부까지 포함해 개발돼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2 용산사태'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전문위원은 "강남 한복판 지하철 2호선 라인인데다 기반시설이 다 갖춰져 있고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처럼 '단군 이래 최대사업'도 아닌 만큼 제2의 용산사태로는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 팀장도 "용산사태와 달리 민간기업의 경우 성공한 사례가 많다는 점,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고 계획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용산사태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할 계획이고 삼성 측은 전자 계열사들이 입주할 수 있는 건물과 정보기술(IT) 전시장 및 컨벤션센터를 조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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