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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엔 개고기, 일본엔 고래고기” 日, 포경 고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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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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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일본 고래잡이 선단 중 가공 설비를 갖추고 있는 어선인 ‘유신 마루’가 바다에서 포획한 고래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그린피스


일본인은 왜 고래 고기에 집착할까.

올해 3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일본의 포경에 대해 '금지' 판결을 내렸음에도 일본은 15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에서 "포경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독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 문제를 놓고 툭하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가름내자"고 주장해 왔다. 그렇게 '법치(法治)'를 외치는 일본이 스스로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포경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모순 되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포경 금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섬나라여서 수산물이 풍부하다. 고래 고기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주요한 식재료였다. 고래잡이 전진기지 중 하나인 지바(千葉) 현 남단 미나미보소(南房總) 시는 '기원전 2세기부터 포경이 시작됐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고래 고기를 먹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일본인의 몸에 밴 자연스런 식문화인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에는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돼 고급음식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동물 애호가들이 고래 고기를 먹는 일본인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전 농림수산상은 지난해 2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인은 캥거루 고기를 먹고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지만 일본인은 이런 고기들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 놓은 고래 보호'라는 명분 앞에서 일본의 '식문화' 논리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자 일본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IWC는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전면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조사, 연구용 포경은 허용했다. 일본은 "고래의 생태를 연구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남극해와 북서태평양에서 고래를 계속 잡았다. 포획 마리 수는 점차 늘어나 최근에는 연간 850여 마리에 달했다.

연구용으로 잡힌 고래는 연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유통된다. 고래를 해체해 어떤 먹이를 얼마나 먹는지 분석한 뒤 해체된 고기를 내다파는 것이다. 현재 1㎏ 당 2500~5000엔(약 2만4000~4만8000원)에 팔린다. 이를 통해 다시 고래를 잡아 연구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한다. 참고로 조사를 마친 고래 고기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은 국제포경단속조약에서 인정되는 행위다.
한편 세계 포경 관계자들은 18일 끝나는 IWC 총회가 일본의 포경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포획 마리수를 줄여 연구용 포경을 계속 하겠다"는 일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가 관건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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