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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NW기획] ‘비긴 어게인’ 기록적인 흥행, 한국영화계 던지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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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누적 관객 수 190만 돌파,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순위 3위 등극, 2008년 개봉한 다양성 영화계 흥행 신화 ‘워낭소리’(290만) 기록을 깰 단 하나의 영화로 떠오른 ‘비긴 어게인’.

개봉 한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비긴 어게인’은 독보적인 흥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일 관객 동원수가 증가하고 박스오피스 순위가 역주행 중이다. 영화는 실의에 빠진 음악 프로듀서와 무명 작곡가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해 나가는 얘기를 그린다. 인물간의 갈등 구조를 음악이란 매개체로 풀어내는 방식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인기 밴드 마룬5 멤버인 애덤 리바인의 출연도 음악 영화란 타이틀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의 진짜 힘은 단순하게 음악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음악과 절묘한 크로스 매치를 이뤄낸 스토리의 힘이다. 국내 영화계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 국내 영화계는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가 아닌 ‘크게 보이는 대작’이 곧 ‘월메이드’란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제작비 규모 100억대의 영화가 쏟아진 올 여름 흥행 시장만 봐도 그렇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보단 스케일고 규모에 집착한 국내 영화 시장의 폐단이 가져 온 문제점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블록버스터를 기준으로 시장 자체가 나뉘어졌다”면서 “방학 시즌, 그리고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배급사에서 할리우드 영화로만 그 기간을 채우려 든다”고 지적했다.

결국 웰 메이드 저예산 영화, 이른바 다양성 영화로 구분되는 작품들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조금 다른 분석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양성 영화라고 하지만 우선 완성도 면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스토리가 대다수다”면서 “무조건 작은 영화의 살길을 마련해 달라고 하는 데, 홍보 포인트조차 떨어지지 않는 함량 미달의 영화도 문제다”고 전했다.

올 여름 개봉한 한 대작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고민이 담긴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무조건 크게 그리고 많은 출연료를 바라는 게 아니다. 자신만의 주관과 색깔을 확실하게 담은 작품이라면 스타급 배우들도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감독이 홍상수다.

영화 ‘자유의 언덕’에 출연한 ‘홍상수 사단’의 일원 문소리는 최근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출연료도 없다. 때로는 당일 촬영날 아침까지 내가 촬영을 하는지 안하는지 모를 정도다”면서도 “홍 감독님은 작품을 통해 배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신다. 이 점은 관객들에게도 전달된다”고 극찬했다.

물론 함량 미달의 저예산 시나리오 난립이 한국 영화 시장에서 ‘비긴 어게인’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의 수직화된 배급시장도 한 몫을 한다. 멀티플렉스로만 집중된 극장 체인은 돈이 되는 영화만 상영관에 걸고, 저예산 영화의 경우 이른바 ‘퐁당퐁당’식 스크린 배정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올 겨울 개봉을 앞둔 영화의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인 한 감독은 통화에서 “분위기에만 휩쓸리는 경향이 충무로에는 만연해 있다”면서 “무언가 흥행을 하면 그 쪽으로 급하게 쏠리는 성격이 충무로의 성향이다.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록적인 흥행, 의미 있는 입소문 열풍을 불고 온 ‘비긴 어게인’이 한국영화계에 던지는 문제점, 분명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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