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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한류, 이제는 미국>③뻗어나가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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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1천만 달러 수입…'관상' 등 사극도 인기

배우들도 할리우드 진출…블록버스터 국내 촬영도 진행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영화의 미국 진출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한국영화는 미국 극장에서 영화제나 특별상영회 형식으로 볼 수 있었다. 또 관객도 거의 교포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현지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보려고 극장으로 오고 있다.

또 할리우드가 두 손을 벌려 한국 영화계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감독과 배우들이 잇달아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 극장 개봉·부가판권 시장서 나란히 성과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설국열차'(2013)는 와인스타인이라는 미국 주요 배급사를 등에 업고 미국에서만 올해 1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크리스 에번스, 영국의 명배우 틸다 스윈턴과 존 허트 등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배우들과 토종배우 송강호의 시너지,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주로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명량'(2014)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같은 사극도 100만 달러가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명량'은 235만 달러를, 조선왕조 광해군 시절을 그린 '광해'는 92만 달러를 모으며 선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타짜: 신의 손'이 미국 개봉을 준비 중이며 쇼박스의 '신의 한 수'와 NEW의 '변호인'도 북미에서 개봉하는 등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은 영화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비단 극장뿐 아니다. VOD 등 부가판권 시장으로까지 한국영화의 미국 시장 진출은 확대되는 추세다.

'설국열차'는 VOD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아이튠스 차트에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유튜브 부두차트 1위, 구글플레이 차트 2위, 컴캐스트, 디렉트 TV, 타임워너의 차트에서는 각각 4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 주요 VOD 차트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설국열차'는 부가판권 시장에서 620만 달러를 쓸어담으며 극장(450만 달러)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성적은 고무적이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해외로 뻗어나가며 '성장동력'을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투자배급 순위 1위 CJ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11년 3.8%에서 2012년 11.4%, 지난해 19%로 꾸준히 증가했다.

CJ는 할리우드 자본과 손잡은 보아 주연의 '메이크 유어 무브', 애니메이션 '다이노 타임', 영화 '파이널 레시피'에 모두 600억~7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 E&M 영화사업부문 정태성 대표는 "글로벌 부문은 CJ E&M의 영화사업을 이끌어가는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글로벌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할리우드, 영화제 성과 이후 한국 감독·배우에 관심"

사실 미국발 한류의 맹아는 2000년대 이후 싹텄다. 한국영화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빚어내면서다.

지난 2002년 칸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취화선'을 시작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 '올드보이'(2004),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사마리아'(2004),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빈집'(2004)과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2012) 등이 잇달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세계의 재능있는 영화들에 눈독을 들이는 할리우드가 이 같은 흐름을 놓칠 리 없었다. '올드보이', '장화홍련'(2003) 등의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를 시도한 데 이어 아예 국내 유명 감독들을 직접 수혈했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니콜 키드먼과 '스토커'(2013)를 만들었고, '장화홍련'의 김지운 감독은 미국으로 건너가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손잡고 '라스트 스탠드'(2013)를 연출했다.

박찬욱 감독은 앞서 인터뷰에서 "'올드보이' 덕택에 미국에서 각본이 들어왔다. '스토커'를 만들기까지의 여정이 그때 발단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가 나오고 영어로 영화를 만드는,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 거다"고 말했다.

'올드보이'는 스파이크 리 감독에 의해 미국판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할리우드 자본의 국내 상륙까지 이끌었다. '본레거시'(2012)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예정)처럼 할리우드 메이저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화들의 촬영이 한국에서 이뤄졌다.

최근 수년간 이병헌(지아이조 시리즈·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정지훈(닌자 어쌔신), 배두나(클라우드 아틀라스), 최민식(루시) 등 국내 유명 배우들도 자국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최민식과 스칼릿 조핸슨이 호흡을 맞춘 '루시'의 경우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시작으로 지난 8월 현재 전 세계시장에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바야흐로 핵심 인력부터 소재와 촬영장소까지, 한국영화의 다양한 부분이 할리우드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트릭스'로 유명한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와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작업한 배두나는 앞서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정말 많이 보더라"면서 "내게 이런 기회가 오는 것 자체가 우리 문화가 많이 밖으로 나가 있다는 얘기고 이제는 이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한국 감독님들도 외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새로운 소재에 늘 목말라 있는 할리우드로서는 칸이나 베니스 등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영화와 한국배우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장상영뿐 아니라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 덕택에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쉽게 우리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이는 미국시장에서 한류 확산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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