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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자국민 피살위기 英, '인질몸값 거부 원칙'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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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 2명에 이은 세 번째 참수 대상으로 영국인을 지목함에 따라 영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IS는 억류중인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한지 2주만인 2일(현지시간) 또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하며 다음에는 영국인 데이비드 카우손 해인즈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성명을 내고 "동영상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것은 비열하고 야만적인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캐머런 총리는 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인즈를 구해낼 뾰족한 방법이 없어 영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영국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몸값을 주고 자국민을 풀려나게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3년 선진 8개국(G8) 의장국을 맡을 당시 테러단체에 몸값을 주면 테러단체의 능력을 키우게 된다며 다른 G8 구성국에 '몸값 거부원칙'을 담은 코뮈니케에 서명할 것을 설득했다.

코뮈니케 내용은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채택됐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만 현재까지 이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은 원칙 준수를 내세우면서도 자국민 석방을 위해 테러단체에 몸값을 지불하는 '통로'를 만들어 활용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인즈와 마찬가지로 IS에 붙잡힌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인질은 이미 모두 풀려났다. 그러나 미국인 기자 폴리는 참수됐고 이번에 소트로프 참수 동영상까지 나왔다.

영국 정부는 2009년 자국민을 비롯한 4명의 관광객이 아프리카 말리에서 니제르를 향하던 중 테러단체에 납치됐을 때도 몸값을 지불하지 않아 자국민 희생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함께 납치됐던 독일인 한명과 스위스 커플은 해당국 정부가 테러단체에 몸값을 지불한 덕분에 풀려났다.

영국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해외정보국(MI6), 정보통신본부(GCHQ), 특수부대 등의 자원을 동원하는 정도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테러단체에 대한 몸값 지불 거부 원칙에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IS의 인질 납치 동기는 금전을 노린 것이기도 하지만 이데올로기 측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폴리 기자가 생전 기고했던 인터넷매체 '글로벌포스트'의 대표 필립 발보니도 폴리가 희생된 이후 미국 언론에 "관련 정부들이 (인질 석방을 위해) 조율을 잘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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