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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두는 애플, 놓치는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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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가을 스마트폰 대전을 앞두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정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애플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이탈을 막는 록인(Lock-In) 전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잇따라 탈(脫)구글 선언을 하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일 공개할 예정인 아이폰6에 맞춰 앱스토어 생태계를 이루는 iOS8의 방향성을 사용자간 연동에 맞췄다. 이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운영체제(OS)를 공개한다는 점을 넘어 새로운 혁신요소를 전세계에 다시 한번 내놓는 셈이다. 키워드는 ‘콘텐츠 공유’다.

지난 6월 공개한 iOS8에서 강조된 가족간 결제시스템은 국내 이통사들이 내놓은 가족할인 요금제와 유사하다. 부모의 신용카드로 자녀들의 앱을 구매할 수 있고, 가족간 공유가 가능한 앱을 구매하면 추가적인 부담을 줄여준다. 시스템의 핵심은 고객이탈 방지다. 애플 제품이 아닌 스마트 기기들의 사용을 차단해 자사의 고객들을 뺏기지 않으려는 방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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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 전세계 점유율 <출처:ABI 리서치>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이용한 공유기능도 맥을 같이 한다. 하나의 거대한 저장공간에 가족이나 특정단체간 사진을 함께 보관하고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감성적인 면을 강조했다. 애플은 이를 위해 아이클라우드의 이용료를 대폭 할인하는 한편, 데스크탑용 OSX와 윈도우 OS에서의 연결 편이성을 높였다. 또 기업고객을 염두에 둔 B2B 공유 서비스를 강화해 오피스 포스트웨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탈 구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던 제조사들이 구글 진영에서 벗어나 자사의 독창적인 사용자환경(UI)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탈피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는 제조사들의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변심의 원천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s)다. AOSP는 오픈소스로 개발자 사이트로 배포돼 구글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실제 ABI 리서치가 공개한 2014년 2분기 전 세계 모바일 OS 점유율 보고서에서 AOSP 스마트폰은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닉 스펜서(Nick Spencer) 시니어 프랙티스 담당자는 “AOSP의 성장은 아시아 전역을 넘어 중국과 인도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점유율 확산을 주도하던 공개성이 구글을 되레 옥죄고 있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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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탈 구글을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다.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하던 과거와는 달리 파이어 OS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한 킨들 파이어와 파이어폰을 선보였으며, ‘플레임(Flame)’이라는 개발자용 단말기를 통해 모질라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엔진을 활용해 만든 파이어폭스 OS의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플랫폼은 웹사이트 개발에 쓰이는 HTML5, CSS3, 자바스크립트 등 기존의 프로그램 언어를 채용해 개발자들의 참여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프레데릭 브라운 모질라 보안 엔지니어는 파이어폭스OS 2.1버전에 대해 “보안 문제에 민감한 사용자들에게 권한을 사용자 입맛대로 조정할 수 있는 고급기능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방성이 특징인 안드로이드 OS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에게 구체적인 선택권을 제공하는 셈이다.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MIUI’라는 자체 UI 시스템을 탑재해 사용자들이 자국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아닌 샤오미 스토어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중국 정부의 반 구글 정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표출하는 한편, 고객 충성도를 높여 거대한 중국의 이통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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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 합병된 노키아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노키아X’ 시리즈에 변형된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노키아 전용 앱 스토어와 히어(here) 지도서비스 등 자체 서비스를 강화했다. 노키아 CEO 출신인 스티븐 엘롭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은 단계적으로 생산을 중단할 것이며 루미아 윈도우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걸음은 더디다. 삼성전자가 삼성 기어 시리즈에 타이젠을 탑재하는 등 구글의 종속성을 줄여나가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난 2007년 구글이 만든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Open Handset Alliance)의 일원인 삼성은 구글이 제시하는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 역시 휴렛팩커드(HP)의 웹OS를 인수해 스마트TV에 적용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구글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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