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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심판에 의한 강제 무승부, ‘최악의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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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구 삼성-NC전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두 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심판이 ‘무승부’를 강요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10-10 상황에서 내린 강우콜드 결정은 두 팀을 모두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 두 팀 선수는 물론 이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했던 모든 팬들을 우롱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이날 경기는 6-6이던 9회초 이미 빗줄기가 굵어져 원활한 경기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9회초 흔들리면서 볼넷을 남발했고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류중일 감독이 비 때문에 좋지 않은 마운드 상황을 지적했지만 심판들은 경기 진행을 선택했다. 9회초 무사 만루는 경기를 멈추기가 어려웠다. 동점이었고 원정팀의 공격 중이었기 때문에 경기 중단에 이어 빗줄기가 굵어질 경우 강우 콜드 무승부가 되는 상황이었다. 무사 만루 기회를 잡은 NC에게 상당히 불리했다.

경향신문

2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NC전이 9회말 폭우로 중단되자 삼성 이승엽이 덕아웃에 앉아 비내리는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삼성 라이온스 제공


결국 9회초에 4점이 났다. 삼성이 6연패 위기에 몰렸다. 9회말에는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투수가 투구를 하기 곤란한 것은 물론이고 내야에 뜬 공을 쉽게 잡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삼성이 10-8로 따라붙은 9회말 무사 1루에서 최형우의 평범한 내야 뜬공을 NC 내야진이 따라가다 놓쳐버렸다.

이때 NC 김경문 감독이 심판에게 경기 진행 여부를 두고 어필을 했다. 마운드는 이미 발을 제대도 딛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됐다. 마치 초컬릿이 녹아 흐르는 듯한 상태였다. 제대로 된 야구가 이뤄지기 어려웠지만 심판은 경기를 강행했다. 심판들은 앞서 9회초 류중일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9회말 상황은 도저히 경기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엉망진창의 경기를 보러 팬들이 야구장을 찾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결과적으로 심판들은 마운드에 ‘삽질’을 한 뒤 경기를 강행했고, 결국 10-10 동점이 되는 손민한의 폭투가 나왔다. 마운드 상태를 고려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폭투였고, 동점이 되자 심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사실상 심판들이 ‘동점’ 되기를 기다렸다가 ‘강제 무승부’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홈팀의 아웃카운트가 남았더라도 동점이 되면 무승부로 처리할 수 있는 규정도 문제다. 메이저리그 규칙 4.10 (d)는 ‘동점 상태에서 콜드 게임이 됐다면 서스펜디드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분명, 더 좋은 타이밍이 있었다. 삼성이 10-8로 따라붙은 9회말 무사 1·2루, 김경문 감독의 어필 때 이를 받아들였다면 오히려 ‘솔로몬의 지혜’가 가능했다. 직전 이닝 방문팀의 득점이 나왔고, 홈 팀의 공격에서 동점이나 역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시정지(서스펜디드) 경기’ 선언이 가능했다.

다음 날 또는 다음 일정 때 10-8 무사 1·2루에서 경기를 재개한다면 두 팀 모두 크게 불리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으로서는 2점 뒤져있지만 충분히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경기였다. 게다가 박석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타순이었다. NC로서도 엉망인 마운드에서 던지면서 경기가 이어지기 보다는 제대로 된 경기 조건에서 1이닝을 막아내는 것이 결과에 뒷맛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심판의 ‘강제 무승부’에 모든 기회는 사라졌다. 가장 큰 피해자는 삼성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9회초 타구 판단 실수로 NC 이승재의 타구를 뒤로 빠뜨리며 한꺼번에 4점을 내주는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9회말 1사 1·3루에서 박해민의 타석이 돌아왔다. 폭투가 나왔고 10-10이 되자 심판은 박해민에게 더 이상 타격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경기를 끝내 버렸다. 야구는 3번의 기회를 주는 종목이다. 박해민은 ‘만회’를 할 수 있는 한 번의 기회조차 심판들에 의해 박탈됐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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