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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투리 촌스럽다고요? 쓸수록 삶이 정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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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강' 전라도 사투리 정리한 '소설어 사전' 펴낸 문순태 작가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막음례는 시설스럽게 말하고 양만석의 얼굴빛이 여러 가지로 변하는 양을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그에게 해주지 않으면 안 될 마지막 말들을 머릿속에 추슬렀다."

"고사리도 꺾을 때 꺾드끼 당장에 일판을 벌입시다."

소설가 문순태(75)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에 나오는 대목이다.

전남 담양 출신인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라져가는 전라도 토박이말(사투리)을 감칠맛 나게 되살려냈다.

'시설스럽게'는 성질이 차분하지 못하고 수선 부리기를 좋아해 보기에 실없다는 말이다.

'고사리도 꺾을 때 꺾드끼'는 고사리도 꺾을 때 꺾는다는 말로, 무슨 일이나 다 해야 할 시기가 있는 것이니 그때를 놓치지 말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라도 출신이 아닌 독자들에게는 작품 중간 불쑥불쑥 나오는 전라도 토박이말이 생소하기만 할 것이다.

'타오르는 강'을 읽은 독자들로부터 소설에 나온 전라도 토박이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던 작가는 고심 끝에 사전을 펴냈다.

'타오르는 강 소설어 사전'(소명출판)은 작가가 1년에 걸쳐 '타오르는 강'에 나오는 전라도 토박이말 4천 개를 추려서 상세한 뜻풀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사전이다. 독자의 생생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각의 토박이말이 소설 속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예문도 함께 실었다.

2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데 편리하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또 토박이말을 널리 알려 활용도를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즘 토박이말이 거의 사라지고 없어요. 특히 도시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어요. 시골에 내려와 살다 보니 시골 사람들은 토박이말을 여전히 쓰고 있었어요. 이 토박이말들을 다시 살려서 활용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전을 펴냈지요. 활용도가 높아지면 국어사전에도 들어갈 수 있어요. 선배 작가들도 자신들의 고향 토박이말을 열심히 썼어요."

작가는 특히 요즘 인터넷 언어파괴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각 지역 토박이말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에는 그 지역의 혼과 문화가 담겨 있다"면서 "토박이말은 정겹고 따뜻하다"고 말했다.

"저희 어린 시절에는 '호랑이 물어갈 놈'이 보편적인 욕이었어요.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던 당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표현이지요. 토박이말은 시대정신, 시대적 상황이 많이 담겨 있어요."

37년 만에 완간한 '타오르는 강'은 작가의 문학 인생 그 자체다.

19세기 말 전라도 영산강 지역을 배경으로 노비세습제 폐지에서부터 동학농민전쟁, 개항과 부두노동자 쟁의, 1920년대 나주 궁삼면 소작 쟁의,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이르는 격랑의 근대사를 써내려간 대작이다.

광주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정년퇴직한 뒤 고향 전남 담양에 내려온 작가는 기묘사화 후 고향인 담양으로 돌아와 소쇄원을 지은 조선시대 문인 양산보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소설 '소쇄원에서 무등을 보다'를 올 연말 출간할 예정이다.

최근 집필을 끝냈다는 그는 "양산보는 조광조의 제자인데 그가 추구했던 도학 정신, 이상주의 정신을 소설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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