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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바람 잘 날 없는' 은행권, 노사 갈등으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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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경감과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지헌 기자 = 은행권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가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동반퇴진 투쟁을 벌이는 데 이어 외환은행 노조도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 이슈를 두고 경영진과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노조가 낙하산 인사 문제 해결과 금융공기업 정상화대책 저지 등을 요구하며 3일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은행권에 바람 잘 날이 없는 형국이다.

금융권 가운데 내우외환으로 가장 큰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확정을 코앞에 둔 가운데 '관치금융' 철폐를 외치는 노조의 저항도 거세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영록 KB금융[105560]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동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매일 아침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1층에서는 "이건호는 퇴진하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이 행장의 출근을 막는 노조 간부들과 청원경찰들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중징계를 내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동반 사퇴하지 않는 한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조와 경영진의 갈등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에서 빚어진 KB 내분 사태로 인해 국민은행의 브랜드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고객 이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자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만약 금감원장이 경징계를 내려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남아있게 된다면 노조의 출근 저지투쟁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남게 된다면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화은행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방침이 가시화되면서 두 은행 경영진과 총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7월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공론화한 뒤부터 외환 노사가 각자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맞붙은 가운데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지난달 19일 조기통합을 공식 선언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외환·하나 경영진이 은행 간 경쟁 격화 상황에서 통합을 미루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조기통합에 의지를 보이는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통합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기존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사가 조기통합을 두고 평생선을 긋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합병 인가의 전제로 노사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합병 추진 과정에서의 추가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KB금융과 외환·하나은행 조기통합 문제를 포함해 금융권 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3일 하루 총파업 강행에 나섰다.

지난 2000년 정부 주도의 인위적 합병에 반대하며 총파업 투쟁을 벌인지 14년 만이다.

지난 26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6%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90%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실제 파업 참여 여부와는 별개로 쟁점 현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공감대가 넓게 형성됐다고 읽히는 부분이다.

금융노조는 현안 해결을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지난 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도 참석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2일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대화만 무성했을 뿐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부와 사측이 9·3 총파업 이후 사태가 저절로 종료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이는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KB금융과 외환은행 관련 이슈 외에도 ▲금융공기업 정상화방안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금융보안전담기구·서민금융총괄기구 설립 재검토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차별 철폐 ▲여성할당제 시행 및 모성보호 강화 ▲통상임금 확대 ▲우리은행·농협·수협은행 업무협약(MOU) 폐지 등 지부별 현안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은행권이 이런저런 이슈로 시끄러운 가운데 명절을 앞두고 빨간 띠를 두르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권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갈등이 더 격화되지 않을지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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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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