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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원컷', 믿을 수 없는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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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마운틴픽쳐스 제공


살인 사건 현장의 목격자가 되는 기분은 무엇일까? 살인자가 말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사건 현장에서 벌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원 컷:어느 친절한 살인자의 기록(감독 시라이시 코지, 이하 원컷)'은 관객 자신이 살인 사건 현장의 목격자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카메라가 살인 사건 현장의 모든 것을 끊지 않고 담아내며 관객들을 현장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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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소연(김꽃비 분)은 연쇄살인범 상준(연제욱 분)에게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향한다. 상준이 요구한 것은 일본인 카메라맨(시라이시 코지 분)과 반드시 동행할 것. 소연과 카메라맨은 말도 안되는 살인 사건 현장에 발을 들여 놓는다.

소연과 상준은 어릴 적 소꿉친구지만 한 사람은 잡지사 기자로 한 사람은 20명을 넘게 살해한 살인자로 조우한다. 상준은 그동안 어린 시절 단짝이었던 한 친구의 사고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상준이 그 많은 사람을 죽인 이유는 그 친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한다. 소연은 상준을 만류하지만 상준은 현장에서 두 명을 더 살해한다. 그리고 일본인 커플이 현장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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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과 카메라맨은 상준의 말을 믿지 않지만 으슥한 곳에서 밀회를 즐기려는 일본인 커플이 현장에 나타난다. 결국 소연은 일본인 커플을 인질로 잡은 상준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일본인 남성(요네무라 료타로 분)은 범죄를 저지르고 애인인 츠카사(아오이 츠카사 분)와 함께 한국으로 도망치는 인물. 남자는 상준을 힘으로 제압한다. 현장의 주도권이 오가는 상황에서 소연은 상준의 살인에 가담하게 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살인 사건 현장을 본다. 순수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사용한 카메라 앵글은 주위의 바람이나 카메라맨의 호흡과 팔의 미세한 떨림에 격하게 반응하며 현장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시라이시 코지 감독은 컷이 끊기지 않고 현장을 담아낸 연출에 대해 약간의 트릭이 있었다며 귀띰을 했지만 관객들은 한 컷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살인 사건 현장을 기록한 비디오 카메라를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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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다. '리틀 문소리'로 불리는 김꽃비는 관객들을 대신해 살인 사건 현장의 목격자 역할를 충실히 해냈다. 연제욱은 '리틀 설경구'라는 별명답게 외모는 물론 평온과 광기를 오가는 극단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무엇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오이 츠카사다. 그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처음에는 청순하고 발랄한 소녀처럼 나타나지만 영화의 분위기가 격해지면서 광기로 가득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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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츠카사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상준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벌이는 격렬한 정사신이다. 이 정사신은 마치 길거리의 개들이 행하는 교미와도 비슷하지만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광기로 가득한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사실 아오이 츠카사는 뛰어난 비주얼에 비해 연기력에서는 혹평을 넘어 악평을 받았다. AV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연기가 목석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이번 '원컷'에서는 순수와 광기를 오가는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아오이 츠카사 생애 최고의 연기를 '원컷'에서 보았다"고 평가할 정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시종일관 흔들리는 화면을 접하게 된다. 영화를 보기 전 과식을 했거나, 음주를 했거나, 전날 숙취가 가시지 않은 사람들은 참사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믿기 힘든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창용 기자 ent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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