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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저탄소차 협력금제 연기…온실가스 감축 '투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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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미미…"경제살리기 악영향" 판단

세계일보

정부가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을 6년 미루기로 한 것은 재계의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애초 의도했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소비자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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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작고 부담 크다” vs “환경 인식 후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차량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수송 부문은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4.3%인 3420만t이 감축 목표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에서 1780만t을 감축해야 하며, 정부는 그 중 160만t을 저탄소 협력금제 시행으로 달성하려 했다.

정부가 제도 시행을 6년 연기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효과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에 공동연구를 맡겨 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면 2015∼2020년 누적 CO₂ 감축효과는 56만4000t으로 애초 목표량(160만t)의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대형차의 중·소형차로의 수요 전환, 차량 판매 감소 등에 따라 이 기간 자동차업계의 생산액은 6566억∼1조8908억원 감소하고 고용은 6110∼1만7585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재정수지는 시행 첫해인 2015년 1545억원의 흑자가 발생하지만 하이브리드차 세제 지원이 지속되는 경우 이듬해부터 769억∼3117억원의 적자가 생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달리느라 국제사회에 약속한 환경 개선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 제도의 시행이 현 정부 임기 이후로 늦춰지면서 제도 자체가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제도는 2013년 7월 시행하려다 국내 차업계에 준비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이유로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한 차례 늦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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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연비 기준 선진국 수준 강화

정부는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채찍’은 내려놓되 ‘당근’을 내놓아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세제 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에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2.0 하이브리드 등 국내외 8개 하이브리드차종에 보조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2016년 이후 보조금 지급 기준 및 규모는 기술 발전, 시장 상황,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조정하기로 했다.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은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97g/㎞로 강화하기로 했다. 연간 판매된 자동차의 온실가스 또는 연비 평균값이 일정 기준을 달성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기준을 위반하면 매출액의 최대 1%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자동차 제조사가 대형차를 추가 부담 없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는 게 유리하다. 따라서 차급별 생산 조정을 통해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130g/㎞에서 2021년 95g/㎞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은 2020년 목표 기준치로 각각 113g/㎞와 100g/㎞를 설정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애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대외신뢰도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대신 기업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든 업종에서 감축률을 10%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진행 중인 장기(포스트 2020) 배출전망치(BAU) 산정 작업 시 2015∼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감축 할당량을 줄여주기로 한 셈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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