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종합]윤일병, 맞아죽었다…가해자 4명 살인죄 적용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軍검찰 "좌멸증후군·속발성 쇼크가 사망 원인"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당했을 때 나오는 증상
가해자 형량 최대 30년…형법상 사형도 가능
이병장 등 가해자 6명에 혐의 10여가지 추가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윤승주(22)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6명 중 4명의 죄목이 상해치사죄에서 살인죄로 변경됐다. 윤일병의 사인도 당초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색이었지만 이번에 계속된 구타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제3야전군사령부 보통검찰부는 2일 "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 본부포대 의무병 윤(22)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이모(25) 병장, 하모(22) 병장, 이모(20) 상병, 지모(20) 상병 등 구속된 피고인 4명에 대해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의 범죄 사실도 이번에 다수 추가되면서 형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부는 "죄명으로 치면 8가지지만 범죄 사실은 더 많다. 재판부에서 이를 병합하게 되면 형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자들의 형량이 최대 30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살인죄가 인정될 경우 형법상으로는 사형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살인죄 외에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가 더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살인죄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공방이 있을 때 무죄판결을 염두에 두어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며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본다. 3군단 검찰부는 이정도면 미필적 고의 살인죄 된다고 보고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원인도 질식사에서 구타로 인한 사망으로 강화됐다. 검찰부는 "윤 일병 사인에 대해서도 당초와 달리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에 의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도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달 이상 계속된 구타와 가혹행위가 직접적인 사인이라는 것이다.

당초 28사단 검찰부는 지난 5월2일 제출한 공소장에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고 기재했다. 5월13일 송부된 부검결과에는 '기도폐색성 질식사 추정'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반면 부검의는 공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폭행행위가 기도폐색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술했었다.

이번에 3군단 검찰부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록과 부검기록 재검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윤 일병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3군단 검찰부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과 속발성 쇼크가 사인으로 판단된다"며 "근육조직 붕괴로 유독물질이 발생했고 이것이 혈액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각종 장기에 이상을 일으켜서 사망하는 것이 좌멸증후군이다. 속발성쇼크는 외상으로 인해 출혈이 다량 발생해 순환혈액량 감소해 쇼크가 발생하는 것이다. 윤 일병은 맞아서 죽은 것이다. 구타를 당해 죽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일병은 지속적인 구타를 당해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장기도 손상됐고 그때 음식물을 먹었다. 부검의도 먹어서 막혔는지 속에서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며 "음식물이 질식의 원인은 됐지만 중요한 것이 오랜 구타로 장기가 손상됐고 결국 심정지 상태로 가서 연천의료원가고 일부 음식물 빼냈고 다시 살아났다가 사망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소장의 사인도 '장기 폭행으로 인한 쇼크 등으로 사망'이라고 변경했다. 사인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좌멸증후군과 속발성쇼크사가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기도폐색도 사인이지만 (가해자들 진술처럼) 씹어 삼킨 음식이 막힌 것이 아니라 위에 있던 음식물이 심폐소생술로 역류했다고 판단했다. (연천의료원 기록에도) 음식물의 상태가 죽처럼 돼 있다고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3군단 검찰부는 살인죄 적용 이유로 시신 부검 결과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시신 부검결과를 바탕으로 4월6일 범행 당일 윤 일병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가파르며 행동이 느리고 가슴을 비롯한 몸에 상처가 많은 등 이상 징후를 보였던 피해자의 상태를 피고인들이 인지하고 있었던 점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또한 운전병이던 주모자 이 병장과 달리 나머지 피고인들은 대학에서 의료 관련학과 재학 중 입대했고 입대 후 특기교육을 통해 일반인보다 우월한 의료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점 역시 고려됐다.

특히 그동안 윤 일병에 대해 지속적이고 잔혹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등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여러 정황과 증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3군단 검찰부는 "비록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이 병장의 폭행 등 가혹행위 횟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병장의 휴가기간 중에도 나머지 피고인들에 의해 잔인한 구타 및 가혹행위가 지속된 점, 윤 일병의 사망이 3월 초부터 4명의 구속피고인들에 의해 자행된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 등 여러 정황과 증거를 통해 4명의 구속피고인 모두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 죄목 변경 '상습·집단흉기 폭행'

검찰부는 4명의 구속 피고인들을 형법상 '폭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공동폭행'으로 기소했던 부분도 변경했다.

주범인 이 병장이 3월8일부터 계속된 윤 일병 폭행에 대해서는 폭처법상 '상습폭행'으로 변경했다. 이는 형법상 '폭행'은 1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지만 폭처법상 '공동폭행'은 1월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상습폭행'은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 병장의 '(단순)폭행'도 '집단·흉기 등 폭행'으로 변경했다. 하 병장은 4월6일 오전 8시30분께 소속대 생활관에서 5㎏짜리 역기를 들어 윤 일병을 내리쳐 폭행하려 했던 부분을 폭처법상 '집단․흉기 등 폭행'으로 변경했다. 법상 '폭행'은 1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그치지만 폭처법상 '집단·흉기 등 폭행'은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의무지원관이던 유 하사의 '직무유기'도 직무유기와 '부하범죄부진정'의 상상적 경합범으로 변경했다. 유 하사는 4명의 병사들이 윤 일병에 대해 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알고도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하범죄부진정죄'가 추가된 것이다.

근거는 군형법 제 93조인데, 말단 지휘자인 분대장을 포함해 모든 상관에게 부하가 공동으로 죄를 범하는 경우 이를 진정(鎭定)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다하지 못할 때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부는 "수사 결과 분대장인 하 병장과 의무지원관인 유 하사가 죄를 범했지만 부하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상관은 해당 범죄로 처벌되므로 분대장인 하 병장은 공동폭행으로 처벌하고, 유 하사만 부하범죄부진정으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 하사는 4월6일께 피고인 지 상병으로부터 윤 일병이 의무병들의 폭행으로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된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곧바로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로 추가 기소됐다.

여기에 유 하사, 이 병장, 하 병장에 대한 '성매매'도 추가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3월23일 휴가 중 창원에서 성매매를 했고, 이에 대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추가 기소한 것이다.

특히 이 병장은 '강요죄' 등 4가지 죄목이 추가됐다.

이 병장은 3월1일께 윤 일병에게 "나는 교회를 정말 싫어한다. 막내가 주말에 교회가고 이러면 선임들이 남아서 응급대기를 해야 된다는 말이냐"라고 협박해 독실한 신자였던 윤 일병의 종교행사에 참여할 권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강요죄로 추가 기소됐다.

'위력행사가혹행위'도 더해졌는데, 이 병장은 3월10일께 혼내고 있는 중에 윤 일병이 다른 곳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한 번에 20여분씩 총 3차례에 걸쳐 관물대 아래 공간에 들어가 있게 했다. 또 "개처럼 기어봐라", "멍멍 짖어봐라"라고 지시해 이러한 행위를 하도록 하고, 침상에 과자를 던지며 "개처럼 먹어봐"라고 지시해 떨어진 과자를 입으로 주워 먹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에 대해 위력행사가혹행위로 추가 기소했다.

이 병장은 '협박죄'도 추가됐다. 지난 3월 중순께 자신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윤 일병에게 "마음의 편지 등으로 고충을 제기하면 네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하고 어머니를 섬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공갈죄'도 추가됐는데, 이 병장은 3월26일께 윤 일병을 질책하면서 카드에 대한 언급을 하고 이후 윤 일병 소유의 나라사랑카드를 빼앗았다. 검찰부는 이를 공갈죄로 추가 기소했다.

또 4월6일 사건의 핵심 증인인 김 일병에게 "○○씨는 자고 있었던 거예요"라며 범행사실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도록 협박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됐다.

이 상병과 지 상병에게는 '폭행죄'가 추가됐다. 이 상병은 3월7일께 윤 일병이 보안을 유지해야 할 암구호를 팔에 보이게 적었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가슴을 다섯 차례 폭행했다. 3월23일 이후로는 평소에 말끝을 흐린다는 이유로 이 일병의 가슴을 3차례에 걸쳐 모두 아홉 차례나 폭행한 부분에 대해 기소됐다.

지 상병은 1월30일께 답변을 큰 소리로 하지 않는다고 이 일병을 질책하며 전투화 신은 발로 정강이를 한 차례 폭행한 것과 3월22일 정맥주사 놓는 방법을 교육하던 중 윤 일병이 실수를 하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차례 폭행한 부분이 추가 기소됐다.

◇범행은폐 위한 증거인멸, 재물손괴죄 추가 기소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범행으로 윤 일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자 그동안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피해사실이 적혀있거나 범행과 관련된 윤 일병의 소지품을 버리기로 공모했다.

윤 일병이 사망한 4월7일 지 상병은 생활관에서 윤 일병의 관물대, 의류대(더블백)를 뒤져 스프링노트 1개, 수첩 1개를 발견해 하 병장에게 건네줬다. 하 병장은 이를 확인하며 그 중 10~15장 정도를 찢었다.

이 상병과 이 일병은 하 병장이 찢은 내용물과 기타 A4용지 50여장, 이 병장이 후임병들에게 받은 반성문 20여장, 유 하사가 윤 일병에게 폭행을 가하는 과정에서 부서진 스탠드 유리조각, 이 병장이 윤 일병을 폭행하던 중 찢은 러닝 2장 등을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3군단 검찰부는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폭행 및 가혹행위 당사자인 이 병장, 하 병장, 이 상병, 지 상병은 '재물손괴'로, 여기에 동조한 이 일병은 '증거인멸죄'로 추가 기소했다.

한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피고인의 관할변경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향후 재판은 3군 군사법원에서 진행된다. 3군단 검찰부는 "수사팀 전원이 직접 공판에 관여해 피고인들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공소유지를 할 것"이라며 "사건발생 부대의 대대장 등 총 5명을 지휘계통상의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무유기로 형사 입건된 5명은 지휘계통상에 있는 대대장 등으로 알려졌다. 검찰부 관계자는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이를 살피지 않고 방치한 혐의로 대대장 이하 5명을 형사입건했다"며 "오늘자로 공소장을 변경해서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목격자인 김모 일병(전역)의 진술에 대해서는 "거주지 교회 예배당에서 부모가 동석한 가운데 안정된 분위기에서 진술했다"며 "(김 일병의 진술을 군 검찰이)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3군단 검찰부 관계자는 "윤 일병이 훈련소 가서 3일 만에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쓴다. 자대에 와서 그걸 보고 숙연해 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이 사건 수사를 보통의 사건 수사로 보지 않는다"며 "죽은 윤 일병의 한이 서려있는데, 윤 일병이 산 피해자라면 말할 수 있지만 죽었기 때문에 말을 못하지 않는가. 사망 피해자 관련 사건의 모든 혐의에 대해 다 기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수사했다. 그래서 추가 기소가 나온 것이다. 28사단이 이를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국수호의 의무를 다하고자 군에 입대한 꽃다운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를 비롯한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을 드린다"며 "철저한 공소유지와 직무유기 및 추가 의혹에 대한 추가수사 등을 통해 모든 피고인들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의 잘못에 대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bom@newsis.com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