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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대학생 등록금으로 월급받는 서울시 낙하산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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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공직사회 혁신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정무라인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서울시립대학교에 둥지를 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초빙교수 자격이지만 별다른 역할 없이 월 5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으며 대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낸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ㆍ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도전했지만 국회 입성에 실패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이 최근 시립대 한 연구소에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시립대 관계자는 “기 전 부시장은 7월1일자로, 권 전 수석은 9월1일자로 각각 발령을 받아 출근하고 있다”면서 “과목을 맡거나 학생들을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석좌교수 대우를 받으면서 시립대에서 월 500만원 이상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립대의 초빙교수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보은 인사’ 자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립대 초빙교수는 서울시에 수십년간 근무하면서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공로가 인정되는 공무원이 퇴직 후 행정 경험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박 시장이 집권하면서 초빙교수 자리에 시 정무라인 인사가 임용되기 시작했다. 정무직으로 맨 처음 시립대로 간 인사는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형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김 전 부시장은 박 시장의 첫번째 정무부시장이다.

기 전 부시장과 권 전 수석이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역시나 ‘행정 노하우’ 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사실상 정치인으로, 경력이나 학위만 봐도 ‘초빙교수’로 임용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게 시립대 안팎의 시각이다.

임용 절차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초빙교수는 해당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인사를 학교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시에서 특정 인물을 지정하고 총장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시에서 추천을 하더라도 시립대와 어느 정도 공감대와 필요성이 인정된 인사가 임용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시립대 총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문성과 경력이 부족한 탓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초빙교수 장려금도 받지 못하고 시립대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임용할 때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월 200만원 상당의 장려금이 나온다”면서 “기 전 부시장과 권 전 수석의 경우 시립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월급을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초빙교수제가 변질 되고 있다며 시립대 정문앞에 ‘초빙교수제 폐지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박 시장의 ‘공직사회 혁신행보’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퇴직 공직자의 관피아(관료의 마피아 조직화) 근절’을 주창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내 식구’ 앞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와 관련, “시립대 비전임교원 임용규정에 따라 기 전 부시장과 권 전 수석을 채용한 것”이라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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