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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자격논란' 반올림, 삼성에 새 협상단 통보(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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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2명보다 많은 활동가 3명 포함…떠난 6명 배제 위해 3일 협상일정도 변경 요구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피해자 및 가족을 배제하고 활동가 수가 더 많은 협상단을 꾸렸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 5명에게 "의견이 다르니 나가라"고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실상 이들을 빼고 별도의 협상을 갖자고 삼성측에 제안한 것이다. 특히 새로운 협상단은 피해자 및 가족들보다 활동가들이 더 많이 포함돼 협상 주체로서 반올림의 자격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반올림은 지난 1일 오전 삼성전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삼성-반올림의 백혈병 논란 협상과 관련해)반올림측의 교섭위원이 바뀌었다"며 "양측의 교섭이 다른 분들과의 대화와 혼선을 빚지 않도록 일정과 장소를 조율해달라"고 통보했다.

최근 반올림 협상단 중 6명의 가족 및 피해자가 삼성측의 보상안을 수용, 삼성과 별도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이틀만에 반올림이 돌연 이 같은 메일을 삼성에 전달한 것이다.

활동가들과 입장을 달리 하는 피해 당사자 6명을 빼고 자신들과 의견을 같이 하는 당사자 2명을 앞세워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속내다.

반올림이 삼성에 통보해 온 새로운 협상단은 내부 활동가 위주로 구성됐다. 기존 협상단 8명은 모두 피해자 및 가족이었지만 이번에 꾸린 협상단은 피해자 및 가족 2명(황상기씨ㆍ김시녀씨), 활동가 3명(이종란 노무사ㆍ공유정옥 간사ㆍ임자운 변호사)으로 이뤄졌다. 피해자 및 가족보다 활동가들이 더 많은 단체가 반올림측 협상단이 된 것이다.

아울러 반올림은 사실상 이들 6명을 빼고 삼성과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속내 또한 드러냈다. 오는 3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삼성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갑자기 삼성에 협상 시간과 장소를 바꾸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과 직접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피해자 및 가족 6명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6명 중 한 명인 송창호씨는 "반올림 활동가들이 삼성에 이 같은 제안을 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것으로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당초 예정된 날짜와 장소에 나가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올림의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일각에서는 삼성 백혈병 논란의 협상 주체로서 반올림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올림은 1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3월 실무협상부터 지금까지 함께 고생해 온 분들과 끝까지 한 마음으로 임하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성실히 교섭에 임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과는 달리 뒤에서는 다수 피해자 및 가족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나아가 길게는 9년간 함께 해 온 피해자들을 협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삼성에 새 협상단 구성을 알리고 협상 일정 및 장소 변경까지 제안했다. 반올림이 피해자 및 가족들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활동가를 위한 단체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반올림은 최근 내부 갈등으로 분열된 것과 관련해 "삼성측의 8명 우선 보상안이 교섭단을 분열시켰다"며 그 책임을 삼성에 돌렸다. 이에 대해 삼성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반올림이 협상중에도 여러 차례 장외집회를 통해 회사를 비방해 왔지만 삼성은 협상장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며 "반올림이 자신들의 내부 분열의 책임이 회사에 있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하게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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