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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집안에 '선(線) 없어요? 코드리스 가구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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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무제한 요금제에 '유선 전화+인터넷+TV' 없는 가구 속속¨통신시장 개편? 자기잠식?]

머니투데이

# 나홀로족 김모씨는 지난달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를 모두 끊었다. 지난 3월부터 무제한 음성 데이터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한 이후 집안의 컴퓨터나 유선전화에 손을 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밤 시간에도 대부분의 전화가 휴대폰으로 걸려온다. 거는 전화도 무료다보니 좀처럼 유선전화를 쓸 일 없다. 그동안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하기 위해 종종 이용했던 PC도 전원을 켜 본 지 오래다. 이제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쓰지도 않는데도 매달 내는 2만원 이상의 요금이 아깝다는 생각에 약정이 끝나자마자 끊게 됐다"고 말했다.

# 가정주부 라모씨는 지난 10년간 이용해왔던 유료방송을 해지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어린이 방송에만 빠져있는 자녀 때문이다. 그렇다고 심야시간에 이루어지는 케이블 오락 프로그램을 보거나 영화 VOD(주문형비디오)를 즐기는데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미러링 기기 때문이다. TV 단자에 꽂기만 하면 스마트폰 방송을 TV화면으로 그대로 볼 수 있다. 라씨는 "처음에는 불편할 줄 알았는데, 미러링 기기를 이용하면 오히려 보고싶을 때만 볼 수 있어 오히려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라씨처럼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유료방송을 끊는 '코드리스 가정'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최신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1.63%에 불과했던 유선전화 없는 가구 비중은 2013년 32.63%로 약 11%포인트 껑충 뛰었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 없는 가구 역시 올들어 증가추세다. LTE 무제한 요금제가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다.

◇스마트폰 하나로 인터넷·유선전화·TV 대체=가족 구성원의 1인1폰 시대 도래와 함께 지난해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음성 무제한 스마트폰 요금제는 집전화가 급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들어서 6원대(2년 약정 기준)로 낮아진 LTE 무제한데이터 요금제는 집안의 인터넷과 방송 케이블 선(線)마저 끊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태더링은 집안의 초고속인터넷을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고사양화 되면서 집안의 데스크톱 PC 역시 자녀 교육용 외에는 별로 쓸 일이 없다. 광대역 LTE 속도경쟁으로 이제는 모바일이 초고속인터넷보다 빠르다. 최대 225Mbps 속도를 제공하는 광대역 LTE-A 서비스에 이어 연말에는 최고속도 300Mbps를 제공하는 차세대 LTE 서비스도 나온다.

USB단자를 TV 단자에 꽂기만 하면 스마트폰 방송을 TV화면 그대로 볼 수 있는 TV OTT(over the top) 서비스는 케이블과 IPTV 등 유료방송의 잠재적 경쟁자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최근 출시된 '티빙 스틱'의 경우, 기존 TV 방송과 동일한 풀HD 화면을 제공하고 있어 실제 TV방송과 구별하기 어렵다.

모바일 방송 서비스 요금이 보편적으로 일반 유료방송 요금에 비해 저렴한데다 5만~7만원선의 휴대용 스틱만 구입하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1~2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기존 유료방송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기잠식' 딜레마 빠진 통신업계=통신업계도 딜레마에 빠졌다. 이동통신 사업에 집중된 속도·요금 경쟁이 결국 또 다른 핵심축인 유선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통신업계가 최근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유선전화를 개별 판매하기 보다 함께 묶어 싸게 파는 결합상품을 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장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유선전화 등의 수요 이탈을 막겠다는 것. 이러다보니 이들 상품은 일종의 '덤'으로 취급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통신사들의 유선 사업 수익이 매년 악화되고 있는 이유다.

통신업계의 한 임원은 "현재로선 코드리스 가구가 1~2인 소가구 위주라는 점에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모바일 기술 및 서비스 진화가 중장기적으로 유선 사업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데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에서는 기가인터넷과 초고화질(UHD)방송 등을 통해 유선 서비스를 차별화하려는 시도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성연광기자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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