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뮤지션의 푸른 밤'…가수는 제주도를 좋아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효리·루시드폴 등 제주도로 잇달아 이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이효리·이상순 부부, 장필순, 조동익, 이재훈, 이정, 윤영배, 그리고 루시드폴(조윤석).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 뮤지션의 교집합은 다름 아닌 지금 터를 잡고 살아가는 지역이다. 바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이웃사촌'인 것.

과거 1970년대 종로나 명동의 음악다방, 1980~90년대 신촌의 블루스 카페, 2000년대 홍대입구에 이어 이제는 제주도가 '어쿠스틱'(전자 장치를 쓰지 않는)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의 새로운 공간적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

들국화의 최성원이 1988년작 '제주도의 푸른 밤'에서 "신문, TV, 월급봉투, 아파트 담벼락보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좋다"면서 떠나자고 제안한 지 20여 년이 지나 최근 음악 후배들이 잇달아 화답하고 있다.

지난 1일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자신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 '물고기마음'을 통해 오는 11월8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그는 올해 봄부터 자신이 거주하는 제주도에 신혼집을 차릴 예정이다. 이곳에 터를 잡고서 농사 배우기에도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소속사 안테나뮤직 관계자는 "루시드폴이 자연을 주요한 소재로 삼아 노래를 만든 뮤지션으로서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도 이번 선택에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작년의 이날(9월1일) 결혼한 가수 이효리와 기타리스트 이상순 부부의 제주도 생활은 이미 유명하다. 이효리가 지난 5월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소길댁'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누리꾼과 언론 매체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왔다.

이날 기준 블로그의 이웃만 27만7천여 명이고, 누적 방문자 수는 1천100만여 명에 이른다. 여전히 매일 수만 명 규모 팬이 블로그를 찾아 부부의 일상의 단면을 공유하고 수백 개 댓글로 소감을 단다.

이효리는 블로그를 통해 신혼 생활의 자잘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삶의 철학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전달 중이다. 대중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정점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의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놓인 이효리의 일상을 신선하게 느낀다.

그의 '사생활 노출'에 대해 한때 일부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팬과의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제주도는 특히 뮤지션에게 있어서는 '통기타' 또는 '포크 음악'과 어울리는 도시다. 이효리 부부를 제주도로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을 비롯해 조동익, 윤영배 등 레이블 '하나음악'을 계승한 음악공동체 '푸른곰팡이' 소속 뮤지션들이 제주도의 주민으로 유명하다.

장필순은 지난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거처를 제주도로 옮긴 부분의 음악적 영향에 대해 "이전 도시 삶과 패턴이 달라져 보고 듣는 게 다르다. 때론 향수병도 있지만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고 짚었다.

당시 그는 제주에서의 일상이 "거칠지만 윤택하고,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지만 풍요롭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물론 제주도의 매력이 음악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그룹 쿨의 이재훈, 그리고 그의 사촌 동생인 가수 이정도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뮤지션들이다.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이들 두 남자가 홀로 사는 별장 같은 집이 최근 방송에서 소개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거주하는 이들 뮤지션은 점차 서로 삶을 공유하며 '창작자'로서 하나의 이미지를 직조해나가고 있다. 이효리가 결혼을 전후로 '스타'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는 과정과 제주도로의 이사가 시기적으로 겹치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실제 '이웃사촌' 이효리와 장필순의 '낮술' 풍경이 담긴 사진이 화제를 모으고, 뮤지션들이 함께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기도 한다. 제주도 거주 뮤지션들은 최근 컴필레이션(편집) 음반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고향인 제주도로 이사한 박은석 음악평론가는 "서울보다 시간적으로 여유를 선사하면서 생활 편의 시설도 훌륭한 제주도가 '연예인'이 아닌 '창작자'로서는 온전히 자신의 창작 활동에 집중하기에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로 이주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체적인 이유를 따져 제주도가 좋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정신적인 여유를 준다고 한다. 아티스트의 경우 활동 시기를 자신이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다는 점도 제주도 생활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역시 제주도 출신으로, 지난해 박은석과 함께 제주도에서 음악과 관광을 결합한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한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아무래도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은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자연 풍광도 좋고 물가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제주 지역의 공연 인프라가 취약하고 인구가 60만 명 규모라 음악 공연 산업이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정학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인 만큼 여행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아시아 지역 뮤지션들의 공감의 장으로 조성하면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hapyr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