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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타짜2’ 강형철은 어떻게 객단가 최고 감독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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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올 추석 극장가는 이변이 없는 한 ‘타짜2’와 ‘두근두근 내 인생’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최민식이 악당으로 나온 ‘루시’가 있지만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서 2강 체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극장 체인을 보유한 롯데와 CJ의 격돌이기도 한데, 두 회사는 각각 '해적'과 ‘명량’으로 뜨거웠던 7~8월 여름 시장을 양분한 바 있어 가을 2라운드 성격을 띤다.

흥미로운 건 롯데의 라인업 ‘타짜2’가 한때 CJ의 작품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이다. 2011년 5월 개봉한 ‘써니’로 큰 수익을 맛본 투자배급사 CJ는 강형철 감독을 놓치지 않으려고 차기작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싸이더스FNH가 제작하는 ‘타짜2’ 감독이 장준환에서 강형철로 바뀐 배경에도 CJ의 보이지 않는 힘과 땀이 작용했다.

별 문제 없이 강형철 감독과 ‘타짜2’를 함께하게 될 줄 알았던 CJ는 그러나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타짜2’가 롯데에서 투자 배급하게 된다는 언론 보도였다. 강형철 감독에게 보낼 연출 계약서를 막바지 손질 중이던 CJ 투자팀은 이 비보에 ‘멘붕’이 됐고 부랴부랴 경위 파악에 나섰다. ‘타짜2’를 담당했던 실무자는 이 일로 사직 위기에 몰릴 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목 시즌 영화 연출자를 경쟁사에 뺏길 위기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강형철이 롯데 품에 안기게 된 건 평소답지 않은 롯데의 민첩한 스카우트 작전 덕분이었다. 예산과 차기작 공동 개발 등 CJ 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도 물론 빛을 봤지만, 그 보다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더 크게 작용했다. 강형철이 마음을 바꾼 건 흥행작 ‘써니’를 함께 했던 CJ 출신 임원이 그 즈음 롯데로 이적했고, 롯데맨이 된 해당 간부의 꾸준한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퇴사했지만 당시 ‘타짜2’를 기획 지휘했던 싸이더스FNH 이한대 대표 역시 과거 CJ 배급팀 출신이니 두 전직 CJ 임원이 친정집에서 워밍업 중이던 강형철 감독을 설득해 데려온 셈이다. 방심한 탓에 집안 단속을 제대로 못한 CJ는 이 일을 계기로 문책성 인사이동을 감행하며 외양간을 고쳤지만 후유증이 상당했다.

이제 겨우 두 편의 장편을 연출했을 뿐인 강형철 감독을 놓고 이렇게 메이저 투자사들이 으르렁거리는 이유는 그가 국내 최고의 ‘객단가’ 높은 감독이라는 통계와 무관치 않다. 강형철은 데뷔작 ‘과속스캔들’(08)로 무려 824만 명을 동원했고, 3년 뒤 선보인 ‘써니’ 역시 736만 명을 끌어 모으며 흥행 괴력을 발휘했다.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으며 700~800만 명 동원이라는 3루타를 쳐낸 것이다. 비싼 톱스타를 기용하지 않고도 시나리오와 연출력의 힘으로만 일군 결과라 더욱 값졌다.

흥행사로 통하는 강우석 강제규 최동훈 김용화 봉준호의 편당 관객 동원수를 크게 뛰어넘는 감독은 현재 강형철이 유일하다. 물론 이제 고작 두 번의 타석에 들어선 만큼 그를 한국 최고의 홈런왕으로 치켜세우는 건 여러모로 무리이지만, 적어도 선구안과 장타력만큼은 검증이 끝났다는 게 충무로의 일관된 목소리다.

강형철 영화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재기발랄하면서 창의적인 유머와 휴머니즘에 뿌리를 둔 따스함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한물 간 30대 연예인이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난 딸과 손자를 통해 황당해하고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는 개과천선 코미디 ‘과속스캔들’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뭘 말하고 싶은 지 정확히 보여줬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여고 시절 친구를 통해 우정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 ‘써니’의 묵직한 울림은 또 어땠나.

강형철은 고인이 된 곽지균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지만, 끌어주는 선배 하나 없는 용인대 출신이란 점에서 낮은 포복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는 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했을 감독은 원망이나 남 탓 대신 독창적인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연출력을 다듬는데 시간을 보냈다. ‘타짜2’ 완성본을 제작사에 넘긴 뒤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는 지적이 나오자 “더 이상 손 댈 수 없다”며 버티기 보단 “좀 더 시간을 주면 줄여보겠다”는 유연함을 보인 것 역시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강형철은 후반 작업으로 밤을 새우던 지난 달 부친의 췌장암 발병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제주에서 급히 서울 큰 병원으로 모셨고, 수술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괜히 자신의 개인사 때문에 후반작업의 집중도가 떨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업성을 고려해 여배우들의 노출도 현장에서 더 요구할 수 있었지만, 애초 합의된 원작 수위를 지켰다는 후문이다.

이쯤 되면 ‘객단가’만 높은 감독이 아니라 동료를 지켜줄 줄 알고, 다시 봐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낮은 자세의 선량한 프로의식을 갖춘 인물이 아닐 수 없다.
bskim01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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