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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암·에이즈환자만 빼고 모두 … 보험 가입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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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자들 위한 보험상품 잇단 출시

만성위염, 간경화 환자까지 가능

보험료 30~100% 높지만 보장 같아

만기 뒤 정산…보험료 인상 억제

직장인 김은영(31·가명)씨는 20대 후반에 자궁 내막에 생긴 용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이후 결혼과 출산을 했지만 찜찜함이 내내 남아 있었다. 암 진료비가 보장되는 질병 보험을 알아봤는데, 자궁 용종도 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아 보험사들이 받기를 꺼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보험의 필요성을 훨씬 크게 느끼는데 보험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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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서럽다. 아프고 나서 뒤늦게 보험 가입에 나선 소비자들은 더 그렇다. 일반적으로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 가입 문턱이 높다.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 보험사들이 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이런 유병자(有病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보험료를 높일 수 있게 허용하는 대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달엔 암·에이즈 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질환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암 보험 상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후 정산형’ 유병자 질병보험 관련 원칙이 포함된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이달 초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병력이 있는 소비자들을 보험사가 내치지 않도록 보험료를 산정할 때 반영하는 위험률(특정 질환의 발병 가능성)의 안전할증 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여주는 내용이다. 대신 계약기간이 끝나면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정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시켰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이후 정산이나 배당이라는 부담 때문에 보험료의 지나친 인상은 억제할 수 있다”며 “이르면 하반기부터 관련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회사들도 유병자·고령자처럼 그 동안 받기를 꺼려했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감원 김용우 보험상품감독국장은 “이미 보험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기존에 가입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고 있다”이라고 설명한다.

라이나생명은 이달 중 암·에이즈 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질환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암보험 상품을 내놓는다. 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성위염, 대장용종, 간경화 환자까지 가입할 수 있고, 이들이 건강한 사람과 똑같은 내용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 질환자들은 아예 가입이 거절되거나 관련 암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는 내용의 ‘부담보 특약(특별 조건 인수부 특약)’을 걸어야만 했다. 이 상품은 예를 들어 40세 남자 기준으로 유병자형 보험료가 2만7300원으로, 건강한 사람이 가입하는 표준형(1만3900원)보다 30~100% 할증된다.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고혈압·당뇨병 환자도 2012년부터 간편 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질병보험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일반적인 심사 과정 대신 건강상태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AIA·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회사들이 과거 다른 나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품 개발에 더 적극적이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실버암보험(고혈압·당뇨환자 포함)은 매월 평균 3000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금감원 김용우 보험상품감독국장은 “기존 암보험의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유병자들에게 가입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러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박유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yu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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