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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뭐를 더 달라는 말인가” 유족들 윽박지른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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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세월호 유가족과 3차 협상

공방 벌이다 30분만에 끝나


1일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3차 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철저하게 고자세로 일관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위해 세번째 만난 이날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날 선 공방만 벌이다 30분 만에 헤어졌다. 다만, 양쪽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협상장에 앉으면서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2차 때처럼 똑같이 우리를 설득하는 자리라면 만나고 싶지 않다”고 운을 떼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로 예의는 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맞받으면서 협상은 처음부터 ‘기싸움’ 양상으로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협상에 앞서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밝힌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사회적 상식에 맞는 예의도 지켜져야 한다. 유가족들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부터 좀 바꿔달라. 집에 있는 자녀들 대하듯, 부모님 대하듯 그렇게 진심으로 대해주면 얼마든지 이야기가 가능하고 진전이 가능한데, 그런 자세가 완전히 결여돼서 진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분위기가 험해지는 모양새를 보이자,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인 박종운 변호사가 “전 국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여당이 전향적인 이야기를 해주면 저희도 좀더 진전된 내용으로 올 것 같다”며 분위기를 좀 누그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박 변호사를 향해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법조인이니 다 아실 거 아닙니까?”라며 맞섰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을 달라는 것은 위헌적 수사기관을 창설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기존 여야 재협상안을 받아들이라고 유가족들에게 강요했다. 주호영 의장은 “진상조사위 활동을 1년6개월 동안 보장하고, 17명의 조사위원 가운데 유가족(3)과 야당(5), 대한변협(2) 몫을 합치면 10명”이라며 “이런 구도라면 진상조사위를 유가족들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유가족들의 수사권·기소권 요구에 “특검은 가장 완벽한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기구”라며 “특검 추천권을 피해자 쪽이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 의장은 “양보도 안 되고 협상도 안 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저희를 여기 불러낸 이유가 뭔가”라고 묻는 김병권 위원장의 말에 “뭐가 부족하다고, 뭐를 더 달라는 말인가”라며 막말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새누리당의 정치놀음 대상도 아니고,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러나 가족대책위는 4차 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진 않았다. 청와대가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야당은 협상 능력을 잃은 상황에서, 여당과의 ‘양자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협상 창구이기 때문이다. 가족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실망을 딛고 다시 논의를 시작하려면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만약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이 답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우리가 잘못한 게 없는 것 같다”면서도 “내일이라도 만나고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을 만나는 시기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추석 연휴 전에 만날지는) 잘 모르겠다”며 “유가족이 좀 격앙돼 있는데 눈치를 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서보미 기자 dash@hani.co.kr

세월호 유가족 “의지만 있다면, 진상규명 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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