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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재건축연한 10년 단축…전세난·투기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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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정부, 9·1 부동산대책 발표

소형주택·임대비율 등 낮춰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 의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의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최대 10년 짧아진다. 이에 따라 1980년대 후반기에 입주한 서울 강남권, 목동과 상계동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 추진이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재건축 시장에 어떻게 해서든 ‘군불’을 지펴 주택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져나가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무분별한 재건축에 따른 전세난과 집값 연쇄상승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토교통부는 1일 당정협의를 거쳐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시장 활력 회복을 위해선 재개발·재건축 규제 합리화, 청약제도 개편, 주택 공급방식 개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서민 주거안정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 임대주택 단기공급 확대,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제시했다.

이번 대책에서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가장 파격적인 것은 재건축 연한 규제 완화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준공 후 20~4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의 상한이 30년으로 완화되면 서울을 비롯해 경기·부산·인천·광주·대전 등에서 재건축 연한이 단축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또 재건축 연한을 채우면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어도 아파트가 낡아 생활에 불편이 큰 경우 재건축이 가능해지고 사업시행인가 전에도 주민들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방위 재건축 규제 완화는 자칫 심각한 전세난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로 인한 주변 지역 전세난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또 시중 부동자금이 재건축 시장에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아파트값 연쇄상승도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가장 큰 수혜 단지는 서울 강남, 송파와 목동 등지라고 꼽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울에서 1987~1991년에 준공돼 이번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혜택이 큰 아파트는 24만8000가구인데, 강남3구는 3만7000가구(14.9%)에 그친다며 ‘강남 특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시장, 더 나아가 신규 분양시장 회복을 지렛대로 삼아 내수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2기 경제팀의 강한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번 대책을 전방위 규제 완화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따져보면 주택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효과를 거두려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처리 등 야권의 협조도 필요한 만큼 앞으로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이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을 낮출 방안도 일부 내놓았지만 ‘빨리 집을 사라’는 신호를 강하게 주는 것 외에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뾰족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재건축 사업 활성화와 전세난은 동전의 양면인데도, 이번 대책에선 입주 예정 아파트 조기 입주,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유도 등 기존 대책만 되풀이했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르짖어온 ‘경기 부양’의 수단이 결국 ‘부동산 투기 부양책’이라는 사실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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