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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우크라 동부 '국가화' 필요"…푸틴 또 '치고 빠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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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치고 빠지기'가 또 시작됐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파트너"라고 말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해 '노보로시야(뉴러시아)', '국가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다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방송된 국영 채널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의 국가화, 사회의 정치적 조직화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대화는 물론 실질적인 대화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사전 녹화된 이 인터뷰 영상에서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지역 주민들을 향해 대놓고 이뤄지는 공격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암시했다.

28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반군을 "노보로시야(새로운 러시아)의 군대"라고 언급했다. 노보로시야는 러시아 제국시대에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일컫던 표현으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합병 이후 처음으로 찾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그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한 점을 감안했을 때 예상을 넘어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포로셴코 대통령과 만나 손을 맞잡은 지 수 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또 한 차례 특유의 '치고 빠지기'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포로셴코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을 보인 푸틴 대통령은 양자 회담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 협상을 지원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일을 성사시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협조와 적십자의 감독 아래 동부 지역에 지원품을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듯 양국은 서로 구금 중이던 포로의 교환에 나섰다.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는 자국군 공수부대원들과 우크라이나군 병사 63명을 맞교환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포로교환을 통해 돌려보낸 러시아군이 9명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떠나고 있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반군은 최근 자신들의 전투를 지원했던 러시아 병력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러시아 특파원도 휘장을 지운 복장을 입은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돌아오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국가화 발언은 이 같은 협조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뤄진 이중적인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화(statehood)를 그간 반군이 요구해 온 분리독립에 대한 지원을 내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엇박자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그간 끊임없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개입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지난 27일 안드레이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 여러 곳에 이른바 '스텔스 침공'으로 러시아군을 보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최소 1000명 이상의 러시아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에는 러시아 제98공수부대 소속 병사들이 우크라이나로 국경을 넘었다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 후 생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지난 3월 합병한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육로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는 분석들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실수"로 월경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은 이들이 "임무 수행"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의 유입으로 한동안 정부군이 일방적으로 반군을 압박하던 교전 양상은 최근 들어 백중세로 바뀌었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1일 "반군이 점거한 지역에서는 이미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은 "반군과 러시아군이 함께 지역 중심지들에 병력과 장비를 지속적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 현지 특파원에 따르면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탈취한 무기들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도네츠크 남부 콤소몰스케에서는 반군들이 다니면서 정부군이 버리고 장갑차를 수집하고 있다. 스타로베셰베에서 구소련제 탱크 T-64를 정비 중이던 한 반군 병사는 다른 동료들이 듣지 못하도록 "사실 정부군으로부터 빼앗은 탱크"라고 속삭였다.

이에 위협을 느낀 유럽연합(EU)은 30일 "우크라이나 현지의 상황 전개와 비극적인 인명 피해를 고려했을 때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 오늘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이지만 내일은 유럽 전체의 운명이 될 수도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1주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최근 동부 지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러시아는 사실상 유럽과 전쟁 상태에 있다"고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의 국가화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러시아 대통령궁은 노골적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친러 반군이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일컬을 때 사용한 '노보로시야(뉴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일부이다. 이 지역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정치적인 합의점은 오직 우크라이나만이 찾을 수 있다"며 이 지역의 분리해 독립시키거나 합병할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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